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한 빌라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두고 각종 의문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수정 경기대 범죄학과 교수가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 석모(48) 씨의 임신과 출산을 몰랐다는 석씨 남편의 주장에 대해 "거짓말일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상황을 짚었다.
이 교수는 15일 전파를 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석씨 부부가 함께 산 시간이 2년 이내라면 모르겠는데, 2년 이상"이라며 "임신과 출산을 몰랐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석씨가 워낙 왜소해 잘 가리고 다니면 모를 수 있지 않으냐'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석씨가 경찰에 나오는 순간 언론에서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석씨 태도는 그야말로 강력하게 앞뒤 안 가리고 은폐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지금 남편의 진술도 대체로 말이 안되는 진술을 하니 두 사람의 진술은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또한 "거짓말을 끝까지 하면서 우겨야 하는 이유는 대체 뭔가"라며 "사망한 아이는 석씨의 딸인 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사망한 아이의 엄마인 석씨는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당연히 알아야 할 상식 아니겠냐"면서 "그런데 아버지라고 들이댄 사람들과는 전부 DNA가 불일치한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한 사람이었다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를 지금 이들이 하고 있다"고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이 교수는 "지금 한 아이가 사라지게 된 경위도 지금 그 딸(김모씨)에게 책임이 있기 보다는 어쩌면 이 두 부부에게 무엇인가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두 부부가 지금 살아온 여러 가지 방식을 다 뒤져보지 않으면 사실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아이(뒤바뀐 딸의 아이)가 살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이른바 '사라진 아이'와 관련, "그 아이가 죽었다는 증거가 현재 없다. 그러면 딸의 아이는 지금 살아 있는 거 아닌가"라며 "그런 과정들을 모두 숨기기 위해서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이 부부가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서 '석씨의 20대 딸이 자신의 딸을 바꿔치기하는 과정에서 정말 몰랐던 거라고 보는가'라는 진행자의 이어지는 질문에는 "반반 정도"라면서 "딸은 애당초 본인의 딸인 줄 알고 키웠다. 그런데 자기 딸을 낳았는데 아이에 애착을 못 느끼고 내버리고 나가, 결국 아이가 혼자 있다가 사망했다. 애초에 자기 딸이 아니라는 걸 알고 키웠다면 애착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심지어 정 붙이기 어려우니깐 그냥 뛰쳐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수 있다. 본인의 딸인 줄 알았다면 버리고 나가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 한 이유'를 두고는 "상식적인 테두리 내에서 그걸 이해하려고 하면 절대 설명할 수가 없다"면서 "좀 더 넓게 생각하면 공동체의 유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모녀지간, 부녀지간 이런 어떤 친족의 관계보다 공동체가 모든 것을 다 나누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어떤 목표가 있을 때는 사실은 누가 누구를 낳았는지는 중요한 상황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지난 14일 숨진 3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석씨와 그의 딸 김모씨 사건에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공식적으로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편 3세 여아가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달 10일이다. 부검 결과까지 나오지 않을 만큼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아이의 시신은 같은 건물 바로 아래층에 사는 외할머니 석씨가 발견했고, 석씨 남편인 아이의 외할아버지가 신고하면서 이번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이에 6개월 전 집을 떠난 친모로 알려진 석씨의 딸 김모씨가 살인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실상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후 김씨의 어머니인 석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로 밝혀지면서 의문점이 늘어났다.
경찰이 아이의 사인 등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DNA) 검사를 한 결과, 김씨와 불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전자 검사를 다른 가족까지 확대해보니 석씨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석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했거나 병원에서 진료한 내역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고 석씨의 내연남을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했으나 숨진 아이와의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석씨와 김씨는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두 아이가 바뀐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씨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하고 석 씨의 딸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석씨가 아이들을 바꾼 것으로 보고 추궁하고 있으나, 석씨는 현재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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