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0년 만에 최악으로 기록된 대규모 황사가 16일 서해를 건너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황사의 영향권에 들어간 이날 오전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또는 '나쁨' 상태를 보였다. 오전 11시 기준 미세먼지(PM10) 농도는 전남 184㎍(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충남 155㎍/㎥, 경기 153㎍/㎥, 경북 146㎍/㎥, 인천 143㎍/㎥, 서울 137㎍/㎥, 광주 135㎍/㎥, 경남 128㎍/㎥ 등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일상생활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시민들은 황사까지 겹치자 최대한 외출을 자제했다. 인천 송도에 사는 주부 김모(46)씨는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에서 애완견과 함께 매일 공원을 산책하는 게 생활의 활력소였는데 목이 답답하고 눈이 따가워 외출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평소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주민들이 많던 인천 도심 공원들도 황사 공습 예보에 썰렁한 모습이었다. 회사원 이모(38)씨는 "거리두기가 완화돼 요즘은 동료들과 4명 이하로 짝을 지어 점심을 식당에서 사 먹었는데 오늘은 마스크를 써도 외출이 힘들어 밖에 나가지 않고 도시락을 시켜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 지역 맘카페 회원들은 "미세먼지나 황사가 오면 목은 당연히 컬컬하고 꼭 두통이 찾아온다", "목요일부터 집에만 있었다. 아들도 천식이라 특히 신경 써야 하는데 걱정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오후부터 공기 질이 급격히 나빠진 경남은 오후 1시 기준 도내 미세먼지(PM-10) 농도가 남해 290㎍/㎥, 하동 270㎍/㎥, 합천 218㎍/㎥ 등을 기록했다. 창원 고층 건물에서는 뿌연 먼지가 앞을 가리면서 창밖이 흐리게 보이기도 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3)씨는 "평소 창문을 조금 열고 외출하는데 오늘은 황사 예보에 창문을 굳게 닫고 나왔다"고 말했다.
창원지역 맘카페에서는 "햇볕이 좋지만 바깥에 빨래를 널 수 없어서 갑갑하다", "여름 날씨처럼 기온이 높은데 황사 때문에 창문을 못 열어서 에어컨을 켰다" 등 하소연이 오갔다.
전남에도 도내 동부권 10개 시·군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아침 출근길에 빗방울을 맞았던 자동차들은 흙빛 얼룩이 졌고, 대형마트 가전제품 매장의 공기청정기는 인기를 누렸다. 여수시민 안모(61·여)씨는 "장을 보느라 1시간 정도 외출했는데 손이 까끌까끌하고 눈은 뻑뻑하다"며 "황사를 씻어줄 비나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17일까지 전국이 황사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은 "황사가 점차 약화하겠지만 한반도 주변의 기압계 흐름에 따라 이후에도 약하게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대규모 황사는 전날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방 12개 성·직할시에서 동시에 관측될 만큼 맹위를 떨쳤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이번 황사가 최근 10년간 중국에서 일어난 황사 중 가장 강하고 범위가 넓다고 밝혔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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