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거침없는 매수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의 지분율이 처음으로15%를 넘어섰다. 또 국내 주식 투자자 약 3명 중 1명은 삼성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은 평가액으로만 74조 원의 부를 삼성전자를 통해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는 명실상부한 ‘국민주’로 등극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5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보통주)를 14조 5,520억 원, 총 1억 7,084만 30주를 매수했다. 예탁원이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개인 주주들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 수는 보통주 기준 7억 3,303만 9,426주, 지분율로는 12.27%였다.
연초 이후 개인들이 매수한 주식 수를 합치면 총 9억 387만 9,456주로 지분율은 전체 보통주 주식 수(59억 6,978만 2,550주)의 15.14%에 달한다. 2020년 말 기준 5% 이상 주주인 국민연금공단(10.70%), 삼성생명보험(8.78%)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개인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가치는 15일 종가 기준 73조 9,373억 원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형 우량주를 집중 매수했지만 올 들어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 강도가 더욱 강해졌다.
연초 이후 개인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37조 9,394억 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이 중 삼성전자(14조 5,520억 원)의 비중이 38.4%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은 9조 5,852억 원이었다. 연초 이후 16일까지 49거래일 중 34거래일은 삼성전자를 사들였다.
보유 비중도 압도적이지만 주주 수도 월등하다. 2020년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 투자자 910만 명 중 295만 8,682명이 삼성전자 주주다. 3명 중 1명꼴로 삼성전자를 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국민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데는 액면분할이 소액 주주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50 대 1로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만약 액면분할을 하지 않았다면 16일 종가(8만 2,800원) 기준으로 주당 414만 원짜리로 개미들은 ‘범접하기 힘든’ 주식이 됐을 수 있다.
연령대별 투자자 분포는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2020년 말 기준 20대 미만 주주 수가 전체 주주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11만 5,083명), 20대는 14.55%(31만 3,616명)로 집계됐다. 액면분할 전인 2017년 말 기준으로는 △20대 미만 1.48%(1만 7,153명) △20대 5.35%(5만 3,785명)였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 20대 이하의 젊은 주주들의 수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무엇보다 개인들의 ‘삼성전자 사랑’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식’이라는 경험과 믿음에서 비롯됐다는 게 증권사 PB들의 설명이다. 또 저금리 시대에 은행 이자보다 나은 배당 수익을 분기에 나눠서 주는 점 역시 보수적인 투자자들까지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홍성배 NH투자증권 이촌동WM센터 PB팀장은 “개인들은 삼성전자는 나라가 망하지 않은 한 망하지 않을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라고 여긴다”며 “특히 지난 몇 년간 상대적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던 주주들도 연말 이후 주가 상승으로 보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주가 조정으로 올 들어 급하게 삼성전자 매수에 가담했던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 단가는 8만 5,179원으로 이날 종가(8만 2,800원)와 비교하면 2.79% 손실이다. 특히 1월 초 9만 6,800원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날 8조 원이 넘는 거래가 터졌는데 이와 비교하면 17% 하락한 상황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PB는 “연초 증시에 입성한 ‘주린이’들이 고가에 물린 경우가 많다”며 “다만 삼성전자는 워낙 거래량이 많고 덩치가 커 연초 물린 주식들이 매물벽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17일 온라인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온라인으로 주총을 중계한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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