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지난 18·19일 양일 간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공개 충돌한 직후 중국인들 사이에서 애국주의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서방 국가에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중국이 더 이상 미국에 자세를 낮추지 않겠다는 신호를 내비친 영향 때문이다. 중국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애국 상품이 불티 나게 판매되는 등 중국인들 사이에 중국 정부의 대미 정면 대결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26일 텐센트왕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타오바오몰 등 중국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 중국 애국주의 상품들이 대량 판매되고 있다. 인기 품목은 '중국인한테 이런 수법은 먹히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을 깔보며 대화할 자격이 없다'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을 그만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휴대폰 케이스, 가방, 물병 등이다. 해당 문구를 입힌 맥주와 중국 전통주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최근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이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탄압 문제를 우려하며 신장 제품 불매를 공식 선언하자 이를 조롱하는 티셔츠까지 온라인 상에서 판매되고 있다. H&M의 대문자 순서를 바꿔 중국어로 솜을 뜻하는 'Mian Hua'로 표기해 신장 제품 소비를 지지하고 있다.
한편 H&M과 나이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중국 신장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신장에서 제품과 원자재를 조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H&M 측은 "신장 소수민족의 강제 노동과 종교 차별 의혹 보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신장 내 어떤 의류 제조업체와도 협력하지 않고 제품과 원자재(면화)도 이 지역에서 공급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H&M은 지난해 9월 신장 소수민족을 강제 동원한 의혹이 불거진 중국 면사업체 화푸패션과의 제휴를 끊은 바 있다.
이에 중국 누리꾼들은 H&M 불매 운동에 나섰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H&M 상품이 대거 사라졌다. 타오바오, 알리바바, 톈마오 등에서 H&M을 입력해도 관련 상품이 검색되지 않는다. 온·오프라인 상에서는 H&M 매장 상황을 찍어올리는 파파라치도 등장했다. 이들 브랜드 외에도 뉴발란스, 자라, 언더아머, 갭, 휠라 등도 잇따라 신장 강제 노동과 관련 해당 지역 제품을 받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중국 내 글로벌 브랜드들의 불매 운동 확산세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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