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감독 당국이 최근 월가(街)를 뒤흔든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마진콜(증거금 부족)’ 사태와 관련된 증권사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9일(이하 현지 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IB 관계자들을 긴급하게 불러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이번 소집에서 당국은 각 증권사와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가 증권사 재무에 미치는 영향과 잠재적인 신용 위협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케고스 사태와 연관된 증권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비롯해 스위스 크레디트(CS) 아게, 노무라 홀딩스 등이다. 이에 대해 SEC와 증권사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들 증권사는 지난 26일 파생상품인 스와프 계약을 맺은 아케고스 측에서 증거금 부족이 발생, 보유하고 있던 주식 상당수를 청산하는 과정에서대규모 블록딜이 발생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블록딜 규모는 총 300억달러, 34조원 가량이다.
스와프 계약은 증권사가 주식 등 매수 대금을 제공하고 매매에 따른 손익은 기업 또는 아케고스 같은 펀드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는 계약 대상인 주식 가격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기업 또는 펀드에 추가 증거금을 요구(마진콜)하게 되고, 증거금 부족분이 채워지지 않으면 주식을 매도하게 된다.
실제 당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창구를 통해 이날 하루에만 190억달러, 약 21조원 이상 대규모 블록딜이 이뤄졌다. 블록딜 대상이 된 바이두, 텐센트 뮤직 등 중국 기술주를 비롯해 디스커버리, 비아콤CBS 등 미국 기술주 주가는 당일 폭락했다. 이후 노무라 홀딩스는 전날 미국 자회사가 이번 블록딜과 관련해 20억달러 규모 손실을 입은 사실을 공개했고, 크레디트 스위스 역시 심각한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가는 아케고스를 설립한 한국계 ‘거물’ 헤지펀드 매니저 빌 황(한국명 황성국)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황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카네기멜론대에서 경영학석사학위(MBA)를 받았다. 이후 현대증권(현 KB증권)에서 일하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였던 타이거 펀드의 줄리언 로버트슨 CEO(최고경영자)의 ‘후계자’로 지목됐고, 이후 2001년 헤지펀드 타이거아시아를 설립했다.
황씨는 지난 2012년 중국 은행과의 내부거래에 따른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4,400만달러 합의금을 낸 이력도 있다. 황씨는 이후 자신과 가족 재산 100억달러 가량을 운용하는 아케고스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케고스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식을 주로 거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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