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과목을 선택한 학교가 470곳이라는데 저는 이렇게 많은 환경 교사를 만나 본 적이 없어요. 비전공자에게 환경 수업을 맡기고 실제로는 자습 시간으로 쓰는 거죠.”
신경준(사진) 숭문중 환경 교사는 환경 과목을 채택한 학교 대부분은 자습 시간으로 활용하거나 입시 필수과목을 위한 보충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발간한 ‘대한민국 환경 교육’ 자료를 보면 지난 2018년 기준 중고교 5,591개교 중 470개교가 선택과목으로 환경을 골랐다. 환경을 선택한 학교 비중은 2007년 20.8%에서 2018년 8.4%로 떨어졌다.
신 교사는 이마저도 통계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 서울에서 환경을 선택한 학교 61개교 중 중학교는 9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고교 중 43곳은 고3에 과목을 편성했다”며 “환경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고3 자습 시간으로 활용됐다”고 꼬집었다.
신 교사는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환경 교사 수도 현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는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환경 교사를 54명으로 파악했지만 실제 환경 교육을 전공한 교사는 계약직을 포함해 28명뿐이었다”며 “평균 수업 시수가 기준에 모자란 교사가 임시로 환경 과목을 가르치는 상치교사(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까지 통계에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가 환경 교과를 외면하는 것은 필수과목들로 학사 일정이 짜여지면서 환경 과목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중학교의 경우 학년마다 개설할 수 있는 교과 수가 8과목인데 이를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상 필수과목들로 채우면 3년 동안 선택과목은 기껏해야 2과목 정도밖에 들을 수 없다. 신 교사는 “최대 개설 과목 수가 8개지만 시험을 보지 않는 조건으로 선택과목을 추가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겨우 환경이나 한문 과목이 개설되는 것”이라며 “2016년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선택과목 개설은 더 힘들어졌고 해당 교사들은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08학년도를 끝으로 12년간 환경 교사 신규 임용은 전무했다. 13년 만인 2021학년도에 8명이 선발됐지만 3명만 환경 교과를 맡고 나머지는 타 과목을 배정받거나 떠돌이 신세가 됐다. 신 교사는 “서울에서 임용된 신규 환경 교사 2명은 특성화고에 배치돼 다른 수업을 맡고 부산과 울산에서도 신규 환경 교사가 환경 과목 담당이 아닌 자유학년제 순회교사로 발령 났다”며 “교육청은 조속히 이들을 환경 교사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 교사가 사각지대로 몰리면서 환경 교육자를 꿈꾸는 인재도 줄었다. 신 교사는 “환경교육과가 있는 학부 대학이 이제 4곳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난해 한 대학은 환경 교사 미임용 시 폐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환경 교육자를 양성하려는 대학은 물론 연구자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양질의 환경 교육 콘텐츠도 찾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신 교사는 이러한 악순환이 잘못된 정책 구조 때문이라며 정부가 환경 교육을 필수화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과 과학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듯 과목마다 담당 부처가 있는데 환경 과목은 없었다”며 “환경 교사들이 신보라 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2018년에서야 환경부 내 환경교육팀이 신설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부에도 환경 교육 전담 부서가 있어야 한다”면서 “환경 교육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은 전담 조직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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