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여 20만명+α가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재산세 감면 대상도 공시가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상향해 전체 주택의 96%로 확대한다. 당정이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후 이제서야 부동산 정책 유턴에 속도를 내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2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 따르면 당정은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보유세 완화 방안을 추진해 올해 납세분부터 반영할 계획이다. 통상 조세 감면은 부진정 소급(법령 개정 전에 시작됐어도 소급적용을 허용)을 적용해 줬기 때문에 정기 국회에서 법을 처리하더라도 올해 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1가구 1주택 종부세 적용 대상을 12억원으로 높이고, 합산 공제액은 현행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정은 12년째 9억원으로 유지된 기준을 올려 상위 1~2%만 종부세를 내도록 할 방침이다. 현 정부 들어 집값 급등과 공시가 폭등 여파로 서울 공동주택 6채 중 1채가 종부세 대상이 됐고, 전국 기준 상위 3.7%인 52만5,000호로 확대돼 거센 조세 저항에 직면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시가 9억~12억 아파트는 전체의 1.9%인 26만7,000가구이다. 여기서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다주택자를 제외하면 20만+α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당정은 보고 있다.
만약 상위 1~2% 비율 기준으로 적용한다면 매년 공시가격이 나올 때마다 기준금액이 달라지게 되고, 현행 9억원처럼 법에 기준을 명시하기 어렵다. 당정 핵심관계자는 “비율을 적용하는 것은 작위적인 ‘편 가르기’이며 기술적으로도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당정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상한선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올릴 방침이다. 이 경우 전체 주택의 96.3%로 대상이 크게 늘어난다. 정치권이 뒤늦게 민심 이반에 깜짝 놀라 징벌적 과세 완화에 만지작거리지만, 공시가 현실화에 따른 급격한 세 부담 증가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종부세 부과기준인 공시가격 9억 원이 2011년에 설정돼 상향 조정을 검토할 여지가 있지 않으냐는 의견을 많이 들어서 짚어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그것이 잘못된 시그널이 돼서 부동산 시장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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