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속도 조절 없는 퍼주기식 신재생에너지 지원책에 지난 한 해 동안 신규 설치된 태양광 규모는 원자력발전소 4개(발전소 1개당 1,000㎿) 규모를 뛰어넘었다. 태양광발전 업체의 보조금 격인 ‘신재생에너지 의무발전비율(RPS) 의무이행비용 정산금’도 3년 연속 2조 원대를 기록했다. 정부가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을 늘리기 위해 RPS 상한을 또다시 높인다는 방침을 밝히자 에너지 업계에서는 ‘태양광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누가 떠안느냐’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 신규 설비는 4,126㎿로 사상 첫 4GW(1GW=1,000㎿)를 돌파했다. 지난 2018년 2,367㎿ 수준이었던 태양광 신규 설비 용량은 2019년 3,789㎿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태양광 설비 확대는 전기 수요 증가나 에너지 전환이 아닌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돈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기 판매 수익 외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판매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며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500㎿ 이상의 발전설비를 갖춘 대부분의 대형 발전사들은 민간 태양광 사업자 등이 현물시장에 내놓은 REC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RPS를 맞춘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이 지급하는 RPS 의무이행비용 정산금은 2016년 1조 1,811억 원에서 2019년 2조 2,422억 원으로 3년 만에 두 배가량 껑충 뛰었다. 특히 지난해 REC 가격이 4만 원대로 2년 사이 반 토막이 났음에도 민간의 태양광 사업 진출이 잇따르며 RPS 정산금은 2조 31억원을 기록했다.
태양광발전이 수요와 무관하게 보조금으로 과잉생산 단계로 접어들었음에도 정부는 속도 조절은커녕 민간 태양광 사업자들의 비용 보전을 위해 RPS 상한을 기존 10%에서 25% 늘리기로 하며 REC 가격 반등을 꾀하고 있다. RPS 정산금 증가는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태양광 사업자의 비용 보전을 위한 보조금을 전 국민이 분담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정격 용량의 경우 지난해 전체 전력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8%인 반면 전기 사용량이 많을 때의 발전량을 뜻하는 ‘피크기여도’는 3.3%에 불과해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태양광은 기온이 25도 이상인 여름이나 일조량 및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발전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지난해 폭염과 올해 초 혹한기 당시 신재생에너지의 피크기여도는 1%를 기록하기도 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의 기초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연초 1㎏당 10.79달러에서 이달 17.86달러로 껑충 뛰었지만 REC 수익을 노린 민간의 태양광 산업 진출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태양광의 낮은 전력 안정성 등을 감안하면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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