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뒤 가짜뉴스와 악플로 마음고생을 한 간호사를 위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접종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방미 준비를 위해 오늘 아내와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1차 때와 같은 간호사님이 접종을 해주었다”며 “접종을 받은 나는 별 고생이 없었는데 접종을 해준 분이 가짜뉴스와 악플로 마음고생을 했다고 들어서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보건소에서는 그 일과 무관하게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며 “전국적으로도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오늘 0시 현재 1차 접종자 305만6,000명, 2차 접종자 19만8,000명을 기록해 목표를 초과했다”며 “국민들께서 지금처럼 협조해주시면 상반기 1,200만 명의 접종과, 11월 집단면역의 목표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그러기 위해 정부는 접종 속도를 더욱 높여나가는 한편,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과 아내인 김정숙여사는 30일 오전 8시55분 서울시 종로구 보건소를 방문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예방접종을 받았다. 문 대통령 내외는 앞서 지난 3월23일 1차 예방 접종을 받은 바 있다. 만 65세 이상 중에서는 첫 접종 사례였다. 문 대통령의 나이는 만 68세, 김 여사는 만 66세다.
특히 문 대통령 내외는 1차 접종 때와 똑같은 간호사에게 접종을 받았는데, 이날 입을 모아 이 간호사를 위로하는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접종 직전 “(우리는) 고생하지 않았는데 백신 주사 놓아준 우리 간호사 선생님이 오히려 고생 많이 하셨어요”라고 위로했고, 황채윤 간호사는 “저희 팀이 다 고생을 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접종 후 “정말로 아프지 않게 잘 놓아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 여사도 접종 직전 “정말 고생 많았죠?”라고 물었고 황 간호사는 “네”라고 답했다. 김 여사는 이에 “세상에”라며 걱정했고 황 간호사는 “마음 고생이 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1차 접종 당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된 ‘백신 바꿔치기’ 의혹과 관련한 대화로 풀이된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문 대통령에게 접종을 하는 간호사가 캡이 열린 주사기로 주사약을 뽑은 뒤 파티션(가림막) 뒤로 가 다시 캡이 닫힌 주사기를 들고 나왔다는 의혹을 영상 등을 통해 제기했다. 문 대통령이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AZ 백신을 맞는 척하면서 사실 다른 백신을 맞은 게 아니냐는 게 의혹의 요지였다. 문 대통령 접종 장면이 생중계 되지 않은 점도 입 도마에 올랐다.
문 대통령을 믿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심지어 종로구보건소와 황 간호사에게도 협박성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CC(폐쇄회로)TV를 공개하거나 간호사가 양심 선언을 하라는 취지였다. 간호사의 주소 등 신상정보가 노출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질병관리청은 주사기 바늘에 다시 캡을 씌웠다가 접종 직전 벗긴 것은 촬영 등 문제로 생긴 시차 때문에 바늘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즉각 반박했다. 질병관리청은 관련 게시글과 영상들에 대해 수사 의뢰를 했고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문 대통령의 2차 접종은 6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에 맞춰 5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기존 1·2차 접종 간격이 8~12주였던 점을 고려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내달 21일 한미정상회담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접종일을 2주가량 당기게 됐다. 2차 접종 이후 14일이 지나야 출국 전 충분한 항체가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질병관리청은 ‘필수목적 출국을 위한 예방접종 절차’ 지침에 따라 긴급한 해외 출국자에 한해 4주 간격으로 1·2차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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