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간단했다. 접종 이튿날부터 백신을 맞은 왼 팔에서 느껴지는 근육통도 여타 독감 백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열이 날까봐 해열제를 미리 준비했지만 기우였다. 접종 나흘째인 2일, 질병관리청에서 운영하는 ‘국민비서’가 문자메시지로 고열, 발진 등의 알레르기 반응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하라고 다시 한 번 알려왔다. 코로나19가 유행한지 1년3개월, 기자는 예상보다 빨리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지난달 29일 기자는 세종시 한 소아과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1991년 3월생인 기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노쇼’가 늘어나며 백신을 폐기하느니 접종을 받으러 올 수 있는 사람을 예비명단으로 등록하며 접종 기회가 주어졌다. AZ 백신은 1바이알(병)당 10~12명을 접종할 수 있다. 개봉 후 6시간 내 접종을 마치지 않을 경우 남은 백신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
접종 예약을 위해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에 접속한 뒤 직장 인근 의료기관을 찾아 전화로 문의했다. 위탁의료기관은 2일 기준 전국 2,000여곳이 운영중이다. 연락을 받은 병원 중 한 곳이 ‘오늘 7시까지 내원하면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신분증을 챙겨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에 도착한 후 인적사항과 문진표를 작성했다. 혈압과 체온을 측정하고 의사가 코와 목 상태를 확인한 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15~30분간 중증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나는지 기다리다보면 국민비서가 ‘1차 접종 완료‘ 메시지를 보내며 2차 접종 예약까지 잡아준다. AZ백신은 1차 접종과 2차 접종의 간격이 12주인 만큼 오는 7월 15일 같은 병원으로 예약이 완료됐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병원에서 AZ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모두 48명. 이 가운데 기자처럼 대상자가 아니었던 접종자가 5명이나 있었다. 병원에서는 “비대상자도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게 알려진 뒤 관련 문의가 많이 늘었다”며 “앞으로 2주간 예약이 가득 차있다”고 귀띔했다. 예비명단을 활용한 접종자는 빠른속도로 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이 집계한 2분기 접종대상자별 접종현황에서 기타대상자는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8,956명이 늘었다. 28일 3,211명, 29일 5,015명에서 크게 증가했다.
원래는 예비명단에도 정부가 세운 접종 우선순위를 적용한다.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예방접종센터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조사자와 75세 이상 고령층, 노인시설 입소자·이용자 및 종사자만 예비 접종 대상자로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AZ 백신을 접종하는 보건소와 위탁의료기관은 예비명단 대상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보건소에서는 1차 대응요원과 지원인력 등을 대상자에 넣었지만 예비 명단이 아니라도 별도 제한 없이 접종이 가능하며 위탁의료기관 기준에도 ‘예비명단 대상에는 별도 제한이 없으며 예비 명단이 아니라도 접종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단 30세 미만인 1992년 1월 이후 출생자는 AZ 백신 접종 자체를 권고하지 않는 만큼 대상에서 제외된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오는 5일부터 2주간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한다.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입국했더라도 유전자 증폭 검사(PCR)에서 ‘음성’을 받으면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백신별로 정해진 접종 횟수를 채우고 2주가 지나서 면역이 최종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간주한다. 기자도 7월 15일 2차 접종을 마치고 2주가 지난 7월 29일부터 해외여행을 다녀오더라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등은 예외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탁의료기관별로 파편화된 예비명단을 정부가 일원화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료기관별로 예비명단을 확보하고 연락하는 과정에서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마스크 대란 당시 앱으로 약국별 마스크 재고를 안내했던 방식 등이 거론된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교수는 “예비명단을 중앙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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