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후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 관련, 정민씨 아버지 손현(50)씨가 거듭 정민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손씨는 9일 전파를 탄 채널A '뉴스를 보다'에 나와 "(A씨가) 최소한 친구(정민씨)를 찾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씨는 "증거는 없고 정황만 있다 보니 여러가지 이상한 점이 많다"면서 "'물에 들어간 건 맞지만 왜 들어갔는지 밝힐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원하지 않는 결론일 것 같다. 의혹을 명확히 밝혀서 그 책임을 지게 하는 게 첫 번째"라고도 했다.
손씨는 또한 "우리 아들을 불러내 술을 먹었다든지, (사건 당일 새벽) 3시 반에 전화해 데리고 갈 수 있는데 안 데리고 간 점, 휴대폰이 바뀌거나 찾으러 올 때도 전화를 하지 않은 점 등 가장 기본적인 의혹을 빼놓고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면서 "최소한 우리 아들을 찾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찾을 때까지 노력하지 않은 점이 이상하다"고 거듭 친구의 행적에 대한 의문을 전했다.
아울러 방송에서 정민씨와 찍은 사진을 공개한 손씨는 "(정민씨를) 어릴 때 안거나 업었을 때, 뺨끼리 부비댔을 때의 그 촉감이 참 좋았다"면서 "성인이 돼서는 아빠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안아줬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더불어 손씨는 "아들이 성장하면서 많은 걸 공감했기 때문에 형제 같기도 하고 참 좋았다"면서 "그게 이런 식으로 끝을 맺게 될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여기에 덧붙여 손씨는 정민씨 사건을 두고 도움을 주고 있는 시민들에 대해 "정민이 찾는 현수막 붙일 때부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민이를 빨리 찾을 수 있었다"면서 "안 그랬으면 정민이는 아직 한강을 떠다닐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와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정민씨 친구 A씨의 휴대전화 등 유류품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찰관 17명은 이날 오전부터 반포한강공원 일대에서 정민씨 실종 직전까지 공원에서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의 휴대전화(아이폰8)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오후 3시께 수색을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내일도 기동대 등을 투입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정민씨 사망 원인 진상 규명을 돕는 자원봉사 민간수색팀 '아톰'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께까지 공원 수풀 등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다. 다만 새집이나 쓰레기 외에 특별한 물건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톰 측에 따르면 10일부터 11일까지는 자원봉사에 나선 민간 심해잠수팀 3명이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앞 가로 200m·세로 100m 구역에서 탐지 장비를 이용해 약 6시간 동안 수중 수색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중앙대 의대에 재학 중이던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A씨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정민씨는 실종 닷새 만인 지난달 30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한강공원에서 귀가하던 당시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다. A씨의 휴대전화는 정민씨 실종 당일 오전 7시께 전원이 꺼진 뒤 2주 가까이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정민씨 실종 시간대 현장 목격자 5개 그룹 7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공원 폐쇄회로(CC)TV 54대와 차량 133대의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보해 당시 상황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씨의 사건 당일 구체적인 행적과 당시 신고 있던 신발을 버린 경위 등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아울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민씨 시신의 부검을 의뢰해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정확한 사인은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는 다음주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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