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발동한 대(對)중국 ‘관세 폭탄’이 일단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중국 대신 동남아 등으로 수입선이 바뀐 데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의 글로벌 전체 수출은 늘어 미국의 고율 관세가 중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12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0 회계연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4,729억 달러(약 535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지난 2018년 7월 전후로 역대 정점이었던 2018년의 5,392억 달러보다 663억 달러(약 76조 원) 줄어든 액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중국이 불공정 무역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중국산 제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이에 반발해 맞불 관세를 물리면서 무역 전쟁이 발발했다.
고율 관세 유지로 중국산 수입품 품목에도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통신 장비와 컴퓨터의 수입 규모는 2018년에 비해 각각 159억 달러, 155억 달러 감소했다. 중국산 휴대폰 수입도 100억 달러 줄었다.
다만 당초 목표로 했던 중국산 상품 대체를 위한 미국 내 생산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업체들이 자체 생산 대신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상품 수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2018년 492억 달러였던 대미 수출이 2020년 855억 달러로 급증했다.
크레이그 앨런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회장은 “관세의 목표가 중국산 상품 수입을 줄이는 것이었다면 성공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에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다른 목표였던 중국에 대한 충격도 크지 않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체 수출은 2조 5,907억 달러로 2018년(2조 4,874억 달러)에 비해 4.2% 더 늘어났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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