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조선통감이며 한반도 식민지화에 앞장선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친필 글씨를 새긴 한국은행의 본관 머릿돌이 보존될 전망이다.
2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근대분과는 최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인 ‘서울 한국은행 본관’의 정초(定礎) 글씨를 새긴 머릿돌 관리 방안을 심의한 결과 머릿돌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에 관한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머릿돌은 지난해 10월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용기(더불어민주당)의원이 이토 히로부미 글씨가 새겨졌다는 내용의 사료를 제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문화재청은 서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 조사를 통해 그 달 21일 머릿돌 글씨가 이토의 친필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한국은행은 머릿돌 관리 방안으로 머릿돌 보존과 안내판 설치, 머릿돌을 석재로 덮어씌우는 복개, 머릿돌 철거 후 독립기념관으로의 이전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만 18세 이상 국민 1,000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시행했다. 그 결과 머릿돌을 역사적 기록으로 보존하고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52.7%, 이토 히로부미의 흔적을 지워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47.3%였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머릿돌 보존은 결정됐지만, 안내판 문안과 크기는 별도로 소위원회를 꾸려 논의하기로 했다”며 “안내판은 머릿돌 주변 화단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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