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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살인은 아냐" 주장한 김태현 추정 카톡…母 '반신욕?' 묻자 작은딸인 척 '응'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오승현 기자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24)이 여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범행은 우발적이었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주장한 가운데 김씨가 피해자를 가장해 사건 당일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KBS는 5일 피해자 유족 측이 공개한 지난 3월23일 김씨가 큰딸 A씨의 여동생을 살해하기 직전 퀵서비스 기사를 가장해 세 모녀의 집을 찾아온 상황이 담긴 카톡 메시지 내용을 보도했다.

공개된 카톡을 보면 당시 여동생은 예정에 없던 퀵서비스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먼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 후 곧바로 언니인 A씨와 어머니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퀵서비스를 시킨 적 있느냐'고 물었다.

작은딸이 단체 대화방에 '퀵(서비스)이 왔다는데 니(큰딸) 거 아니지?'라고 물었고, 큰딸은 'ㄴㄴ(아니)'라고 답했다. 작은딸의 답변은 없었다.

작은딸이 답이 없자 걱정이 된 어머니는 3분 뒤 '나가봤어?'라고 다시 물었고, 여전히 작은딸의 답은 없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30분 뒤 '뭐 왔는데?'라면서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계속 작은딸의 답이 없자 어머니는 거듭 '뭐 하니?;, '반신욕 하니?'라고 물었고 그제서야 작은딸은 '응'이라고 답을 했다.

평소 살갑게 카톡에 답하던 작은딸이 짧은 답장을 보내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는 수차례 작은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살해된 작은딸은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김씨는 이후 귀가한 어머니와 큰딸을 연이어 살해했다.

작은딸이 보낸 '응'이라는 답장을 김씨가 살해 후 보냈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김씨가 작은딸이 살아 있는 것처럼 속여 답장했고, 이후 어머니와 큰딸 등 나머지 가족도 살해하려고 계획했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검찰에 건넸다가 되돌려받은 작은딸의 휴대전화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KBS에 "이번 첫 재판 끝나고 유품을 받아오면서 '그 안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뭐라도 도움이 되는 게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보게 됐다"면서 "태연하게 피해자 휴대전화로 그다음 어머니가 오실 때까지 전혀 이상한 조짐 모르게 답장까지 보내고. 이거(우발적 살인)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씨는 여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범행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지난 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큰딸에 대한 범행은 계획했지만 여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살해는 처음부터 계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은 "(김씨가)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피해자와 단절된 이후 다른 게임 동료들도 자신을 피하자 동료들에게 자신을 두고 험담을 했다는 생각에 배신감과 분노가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아울러 "범행 후 도주하지 않고 자살하려고 했던 점도 참작해주시길 바란다"고도 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재판이 진행되던 중 검사가 김씨가 피해자들을 살해한 내용을 말하자 오열하며 격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재판부가 김씨가 그간 4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사실을 말하자 "진실을 얘기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유족 측은 이날 발언 기회에서 "사람 3명을 죽여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어이 없다"며 "인간도 아니고 인간쓰레기조차 아니다"라며 엄벌을 요구했다. 피해자의 고모인 김모씨는 "김태현은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살인마"라며 "사형제도가 다시 부활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며 알게 된 피해자인 큰딸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토킹하다가 지난 3월 23일 집에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큰딸을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김씨는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범행도구를 훔치고 갈아입을 옷 등을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종이상자를 미리 준비한 뒤 피해자의 집에 물품 배송을 가장해 현관문을 두드리고 숨어있다가 여동생이 배송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려 문을 열자 위협해 집 안으로 침입한 뒤 살해했다. 범행 후 김씨는 큰딸의 SNS에 여러 차례 접속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본 뒤 대화 내용과 친구목록을 삭제했다.

김씨는 동부구치소로 수감된 이후 첫 공판을 한 달여 앞두고 반성문을 4차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날 재판에서 국민참여 재판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6월 29일이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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