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고위직인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대전교구장 유흥식(70) 라자로 대주교가 11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잘 보좌하도록 하겠다”며 “중요한 것은 로마에 가서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유 대주교는 오는 7월 말 교황청이 있는 로마로 출국해 8월 초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수행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장인 유 대주교를 임명했다고 교황청이 밝혔다. 성직자성은 교구 사제와 부제들의 사목 활동을 심의하고 이를 위해 주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부처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대주교는 이날 교황청의 장관직 임명 발표 후 가진 국내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교황님을 도와 전 세계에 있는 가톨릭교회의 신부님들을 돕고 신부님을 양성하는 신학교를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 주교를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하면서 대주교 칭호도 부여했다. 이에 따라 그는 주교에서 대주교로 승품하게 됐다.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은 전 세계 모든 사제를 총괄하는 곳으로 사제들이 사제답게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면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그는 또 “교황청에는 비록 혼자 가지만 한국 천주교회에서 기도해주시고 또 받은 힘을 마음에 품고 가겠다”며 “교황님이 한국 천주교회를 높이 평가해주셨기에 한국 천주교도 긍지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유 대주교는 지난 4월 교황청을 방문했을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제안받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심사숙고했고 다시 교황을 만나 긴 시간 대화를 나눈 뒤 제안을 받아들였다.
유 대주교와 프란치스코 교황 간 인연은 201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행사에서 처음 교황을 만난 유 대주교는 이후 교황의 방한을 요청한 편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이듬해 교황은 한국을 찾아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위로하는 등 많은 한국인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1951년생인 유 대주교는 충남 논산 출신이다.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뒤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대전가톨릭대 교수·총장을 거쳐 2003년 주교가 됐다. 이후 2005년부터 대전교구장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신임 서기로 선출됐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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