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하신 돈은 파나마 본사에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관리합니다. 컴퓨터는 전세계 120개국에서 시세가 저렴한 거래소를 찾아 가상화폐를 구입한 뒤 비싼 국가에 되팔아 수익을 냅니다. 이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손해를 볼 일이 없습니다.”
지난 2017년 휴대폰 판매업자 A씨 등 3명은 이 같은 광고 문구를 접하게 된다. 가상화폐 가격이 나날이 폭등하던 시기였던 만큼 부업으로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 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본사를 찾아간다. 이후 이들은 전국 60여개의 지점 중 A씨는 전북 익산, B씨는 전남 광양, C씨는 인천에 지점에 지점장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점장의 가장 큰 역할은 하위 판매원을 모집하는 일이었다. 판매원 한 명을 모집할 때마다 투자자들의 투자금의 20%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 금액은 회원마다 다르게 측정 됐다. 행정회원 250달러, 단체회원 500달러였으며,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1,000달러를 투자해야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이들은 자신들이 맡은 지역 외 다른 지역을 찾아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빠른 속도로 회원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자동 매매를 한다는 말에 회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A는 2017년 9월부터 10월까지 약 1달 간 16여억원을, B는 같은 해 2월부터 10월까지 639여억원을, C는 5월부터 10월까지 371여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모집 된 투자금은 실제 가상화폐 매매에 쓰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돈은 본사 운영비에 쓰였으며, 나머지 금액은 각 지점에 운영비 명목으로 지급됐다. 결국 이들은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최근 A씨, B씨, C씨에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법 다단계판매 범행은 고수익에 대한 유혹으로 다수의 피해자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의 피해와 회복 현황 등 고려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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