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 하기 전에 정보가 외부에 샌 정황이 드러났다. 공수처 측에서 압수수색을 나간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유출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와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혜 채용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 했다. 공수처 출범 약 4개월 만에 처음 착수한 압수수색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서울시교육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관들이 처음 서울시교육청 1층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23분께다. 수사관 약 8명이 선발대로 서울시교육청 정문에 도착했고 이들이 도착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서울시교육청 압수수색 현장 CCTV 확보
실제로 전주혜 의원실이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1층 로비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수사관들이 처음 들어오자마자 일부 취재진이 플래시를 터뜨리고 촬영하는 모습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취재진 일부가 처음부터 있었던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기자실이 주로 비어있고, 당일 취재진에 공개된 외부일정도 없어서 (압수수색 외) 다른 이유로 대기할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 압수수색은 수사관들이 처음 도착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압수수색은 수사 기밀로 지켜져 취재진이 알고 현장에 대기할 수 없어서다. 대신 압수수색 진행 중 수사관들이 나중에 추가 투입되는 모습, 또는 압수수색 종료 후 수사관들이 나오는 모습이 공개된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현장에 취재진이 대기했다는 건 공수처가 압수수색을 나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이라며 “직접 유출됐든 의도치 않게 샜든 보안이 샌 건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언론이 공수처 정부과천청사에서 관용차량이 사라진 것을 보고 압수수색을 나간 것으로 의심하고 서울시교육청에 나갔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공수처 측은 당일 관용차가 압수수색을 위해 나간 사실은 없다고 했다. 한 공수처 관계자도 “압수수색을 나가기 전에 일부 보안이 샌 것 같다”고 의심했다.
압색 영장 받고 나흘 손놓은 공수처
공수처가 압수수색을 나가기 전에 정보가 샐 우려는 이미 예고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주혜 의원실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가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것은 5월 13일이다. 서울중앙지법은 다음 날인 14일 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는 나흘 동안 압수수색을 미룬 것이다. 주말 이틀을 제외하더라도 영장 발부 당일과 17일에 압수수색을 나가지 않았다. 공수처가 압수수색 관련 행정 규칙인 압수물사무규칙을 17일 제정하느라 영장 집행이 늦어졌을 수는 있지만 보안이 샐 여지를 준 셈이다. 피의자인 조 교육감 측이 압수수색 사실을 들었다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줄 수 있었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영장이 나오는 날 바로 집행하는 게 원칙이다. 보안을 지키는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주요 사건에 대해선 영장 청구 다음 날 새벽에 발부되면 대기했다가 오전에 바로 나간다”고 말했다.
수사기관 관계자가 압수수색 사실을 사전에 외부에 알릴 경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누설의 대상은 법적 책임이 없지만 누설자는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1월 15일 서울중앙지법은 검찰 수사관 A씨를 압수수색 계획 등을 대기업에 수차례 유출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대상 기관에 압수수색 정보를 알려줘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관행을 답습하지 않겠다며 출범한 공수처가 압수수색 등 수사 정보를 사전에 외부에 알리면 더 논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