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수주·신조선가 상승 소식에도 요즘 조선사들의 표정이 어둡다.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 노조 압박이라는 암초에 부딪혀서다.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 간 기업결합 심사 지연 문제까지 더해지며 조선 업계는 수심에 차 있다.
4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3 조선사는 올 상반기 243억 달러(약 27조 5,756억 원)를 수주했다. 반년 만에 올해 수주 목표액 317억 달러(약 35조 9,732억 원)의 76.6%를 달성했다.
조선사별로 보면 한국조선해양은 올 목표액 149억 달러 중 129억 달러를 수주해 달성률 86.6%로 조선 3사 중 가장 앞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71.4%)과 삼성중공업(010140)(64.8%)도 높은 달성률을 보였다. 신조선가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5월 136.1포인트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상승했다. 2014년 12월 137.8포인트 이후 6년 반 만에 최고치다.
잇단 호재에도 조선사들은 좌불안석이다. 통상 신조선가 인상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만 후판 가격이 치솟으며 손실이 불가피해서다. 조선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조선 3사의 손실 규모를 6,475억 원으로 추정한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건조되는 선박들은 선가가 낮을 때 수주한 물량인데 후판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시중 유통가 기준으로 후판 가격은 6월 ㎏당 1,300원으로 지난해 6월 660원 대비 두 배 넘게 올랐다. 조선 3사에 납품되는 후판가는 이보다 40~50%가량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하반기 철강 업체와 가격 협상 결과에 따라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노조 파업도 문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개정 노조법 시행일인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전면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 현 노조 집행부가 출범한 후 부분파업은 있었지만 전면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노조는 4월 2년 치 임단협 2차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했지만 부결됐다. 사측에 교섭 재개를 요청했지만 사측과 원활한 교섭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번 파업을 추진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해고자들까지 투쟁에 가담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 심사 지연 소식도 부담이다. 한국·유럽연합(EU)·일본 경쟁 당국이 양 사의 기업결합을 심사하는데 코로나19, 액화천연가스(LNG)선 점유율 이슈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심사가 늦춰질수록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매각 반대 운동은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지난달 22일 대책위와 함께 청와대와 경남도청·거제시청 등에서 동시다발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나서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달 들어서는 신문 광고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가 상승, 노조 파업, 기업결합 지연 문제 모두 조선 업황 회복을 늦추는 요인들”이라며 “조선 산업이 미치는 전후방 파급효과를 고려해 철강 업계,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대승적 결단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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