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 호황이 시작되면서 수년 간 침체를 겪어오던 선박 페인트 업계도 본격적인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까지 대부분 선박 페인트 업체들은 영업적자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지만 선박 건조가 마무리 되는 1~2년 뒤부터 주문이 쏟아지며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선박용 도료 1위 기업 아이피케이는 1분기 33억원 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29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34% 줄어든 233억원을 나타냈다. 노루홀딩스와 네덜란드 악조노벨 합작사인 아이피케이 매출액은 2015년 3,541억원에서 지난해 1,308억으로 매년 하락세를 보였다. 조선 시장 업황 악화에 따라 선박 도료 시장도 침체를 이어가며 올 1분기에는 영업적자까지 보였다.
삼화페인트(000390)와 일본 츄고쿠마린페인트 합자사 츄고쿠삼화페인트의 지난해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1,012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의 매출은 2017년 이후 소폭 반등하고 있지만 2015년 매출(1,521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부정적인 수치와 달리 선박 도료 업계는 밀려드는 주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선박 수요가 높아지고 친환경 선박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개 조선사들은 올해 합계 수주목표(317억달러)의 80%에 육박하는 252억달러 수주를 달성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회복 흐름으로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목표는 당초 예상치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정체했던 선박 도료 업계의 실적도 내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페인트 작업은 선박 건조의 마지막 단계에서 시작된다”며 “조선사들이 수주를 시작한 뒤 1~2년이 지나야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페인트 기업들 실적도 시간 차를 두고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도료뿐 아니라 자동차, 건축 페인트 사업을 하는 기업들 성장세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KCC(002380) 도료사업부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오른 3,651억원을 기록했다. 도료사업부 실적 개선은 선박도료가 아닌 건축, 자동차 시장 수요 회복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KCC 도료사업부는 건축, 자동차뿐 아니라 선박에 쓰이는 페인트도 공급한다. KCC 역시 내년부터 조선업계 호황에 따른 추가적인 매출 상승도 기대된다는 평가다. 페인트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 한 척당 쓰이는 페인트는 50억원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아이피케이, KCC 등 주요 선박 도료 기업들이 수년 간 매출이 부진했지만 내년부터 도료 사업부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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