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제주 신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환경부가 국책 사업에 대해 조건부 동의나 재검토 의견을 낸 적은 있어도 계획 자체를 반려한 전례는 거의 없어 사실상 신공항 사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년 제주 서귀포 성산읍에 제2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한 뒤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주민 반대와 환경영향평가 지연 등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환경부는 20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전문 기관의 의견을 토대로 국토부가 제출한 평가서를 검토한 결과 내용이 미흡했다고 판단해 평가서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공항 사업을 재추진하려면 평가서를 처음부터 재작성하거나 환경부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토부는 2019년 환경부에 평가서를 최초 제출했으나 이후 환경부가 보완, 재보완, 추가 보완을 잇달아 요청해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신공항 사업은 제주 성산읍 일대 546만㎡ 부지에 약 5조 1,2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992만 명을 수용하는 활주로 1개 규모 공항을 짓는 사업이다. 당초 계획은 2017년 착공 예정이었으나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고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에 대한 예측에 오류가 있었으며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려 사유를 밝혔다. 신공항 일대 숨골(빗물이 지하로 흘러가는 통로)에 대해 보전 가치가 있는지 여부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환경부는 덧붙였다.
항공업계에서는 대선을 앞둔 정부가 또다시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 단체를 등에 업은 여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공항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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