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여간 암호화폐의 40%가 등록폐지 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를 진행한 자본시장연구원은 “잦은 등록 폐지와 하루 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암호화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28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년 3개월간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에 9,000개에 달하는 가상자산이 신규로 등록돼 이중 40%가 등록 폐지됐다.
보고서는 코인마켓캡닷컴이 지난 2013년 4월부터 매주 집계해 발표하는 암호화폐 데이터를 활용해 암호화폐의 발행과 유통 현황을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2013년 4월 27일부터 2021년 6월 27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거래소에 등록된 적이 있는 암호화폐 수는 8,950개이며, 지난달 말 기준 거래소 등록을 유지하고 있는 암호화폐 수는 5,442개였다.
등록 폐지 암호화폐의 90.5%는 36개월을, 52.6%는 12개월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개 중 1개가 1년만에, 10개 중 9개가 3년안에 사라진 것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석 기간 이전 있었던 암호화폐(7개)를 고려하면 이 기간 8,943개가 신규 등록(발행)되었고, 3,508개가 등록 폐지된 것으로 계산된다”며 "등록 폐지 암호화폐의 90.5%가 3년을 넘기지 못했고, 신규 등록 후 5년 이상이 지나서 등록 폐지된 가상자산도 적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초기 채굴 자산 중심이던 암호화폐가 비채굴 자산으로 바뀌는 경향도 관찰됐다.
지난달 27일 기준 채굴가능 가상자산 수는 453개, 비채굴·선채굴 가상자산 수는 채굴가능 가상자산 수의 11배에 이르는 4,989개로 집계됐다. 이 연구위원은 “시장 초기에는 채굴가능 가상자산이 주를 이뤄지만, 2017년 초부터 현재까지 비채굴·선채굴 가상자산 수가 가파르게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채굴가능 암호화폐의 평균 생존기간은 21.5개월, 비채굴·선채굴 암호화폐의 평균 생존기간은 14.1개월이었다.
보고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화폐나 통화로 인식하기 보다는 자본이득을 취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화폐나 통화는 △가치저장 △교환매개 △회계단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지만 비트코인만 보더라도 화폐나 통화로 사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대중들에게 자본이득을 취득할 수 있는 투자대상으로 인식되고 어떤 가상자산보다도 활발하게 매매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마저)도 화폐나 통화보다는 자산에 가깝다고 보는 인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그 개수가 급증한 암호화폐거래소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경우 자신의 교환가치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않다보니 교환가치는 대개 지급결제 거래가 계속적·반복적으로 성사돼야 발견될 수 있다”며 “2010년 7월월 암호화폐 매매를 중개하는 암호화폐거래소가 처음 설립된 후부터 암호화폐가 경쟁매매 방식으로 거래되며 유통되기 시작하며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대중에게 그 발행 목적과 상관없이 매수도를 통해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투자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본질적인 교환가치가 없는 상황에서 극심한 변동성과 등록 폐지 위험이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8년 3개월 동안의 암호화폐 발행과 유통 현황을 살펴본 결과, 암호화폐는 대중에게 그 발행 목적 또는 경제적 기능과 무관하게 자본이득을 볼 수 있는 투자대상으로 인식되며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40%가 등록 폐지되었다는 점과 암호화폐의 가격이 하루 사이에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동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에 나서는 개인들에게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암호화폐 가격이 본질적인 교환가치, 효용가치 또는 내재가치에 기초하여 형성되었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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