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3일 수감 207일만에 가석방으로 풀려 나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국민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 잘 듣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항소심 집행유예로 풀려 나왔을 때 이 부회장은 “1년 동안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병상에 누워있던 아버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만나러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광복절 연휴 기간 휴식을 취한 뒤 이달 17일 열릴 예정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는 이날 이 부회장을 비롯해 총 810명을 가석방했다. 형기가 만료되지 않은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외 경제상황이 나빠진 탓이 컸다. 재계를 중심으로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 부회장이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해, 경제위기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요 경제 5단체는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화가 가속하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며 지난 4월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올렸다. 재계에서는 이 건의서를 계기로 이 부회장 사면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교정시설 과밀화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교정당국의 현실적인 이유도 더해졌다. 현재 전국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은 110%에 달하며 수원구치소처럼 130%에 이르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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