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시장이 본격 호황기에 접어든 가운데 오는 24~26일 국내 3대 경매회사로 꼽히는 서울옥션(063170)·케이옥션·마이아트옥션이 연달아 경매를 열어 총 458점, 약 300억원 어치 작품의 새 주인을 찾는다.
◇독보적 김환기…점화 다시 꿈틀= 서울옥션은 24일 여는 제162회 경매에 총 169점 약 173억 원 규모의 작품을 출품한다. 올 상반기에만 697억 원(낙찰률 82.5%)의 매출을 올린 서울옥션은 지난 6월에 열린 제161회 경매에서 출품 추정가 230억 원을 웃도는 243억 원의 낙찰총액을 기록하면서 시장 활황의 청신호를 밝혔다. 기획 경매로 마련한 지난달 대구 경매는 낙찰률 94%에 낙찰 총액 131억 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경매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이 위축되고 30억 원 이상 고가 출품작이 사라지면서 뜸했던 김환기의 단색 전면 점화를 만날 수 있다. 지난 2018년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약 85억3,000만 원에 낙찰된 전면점화 ‘3-Ⅱ-72 #220’과 같은 계열의 붉은색 점화 ‘1-Ⅶ-71 #207’이 서울옥션 경매에 나왔다. 170×91㎝ 크기의 캔버스에서 2개의 반원이 회전하듯 포개져 퍼지며 탁월한 율동감을 이룬다. ‘붉은 점화’는 희소성이 높아 같은 크기의 푸른점화나 검은점화에 비해 가격대가 높다. 이번 작품은 시작가 39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25일 8월 경매에 총 153점, 약 97억 원 어치를 출품하는 케이옥션은 희귀한 김환기의 1930년대 일본 유학시절 작품을 처음으로 국내 경매에 올린다. 김환기의 1938년작 ‘론도’는 우리나라 초기 추상미술로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 제535호로 지정 등록돼 있는데, 이번 출품작은 그보다 앞서 1936년에 완성된 ‘무제’다. 지난 1999년 ‘김환기 25주기 추모전’ 이후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라 입찰에 앞선 관람 열기도 뜨겁다. 이 외에도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인 ‘8-VIII-66’(이하 추정가 3억2,000만~4억5,000만원) 등 4점이 더 경매에 오른다.
◇이우환·박서보…근작도 수요 상승= 서울옥션이 내놓은 이우환의 1984년작 ‘동풍’은 작가가 ‘선’ ‘점’ 연작에서 즐겨 사용한 특유의 푸른색 붓질이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1984년 현대화랑에서 전시됐던 작품이며,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같은 시기·비슷한 크기의 ‘동풍84011002’와 비교해도 밀도와 구성 면에서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우환의 ‘바람’ 연작은 1970년대작 ‘점’과 ‘선’에 비해 시장에서 저평가돼 왔으나 위작 논란에서 벗어난 시리즈인데다 작가에 대한 국제적 조명이 쏟아지면서 지난 2019년 홍콩 경매에서 ‘동풍’이 20억 6,000만 원에 낙찰되는 등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서보는 미술 투자자들 사이에서 ‘서보코인’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작가다. 과거 1970년대 구작의 가격 수준을 1990년대 이후 근작들이 바짝 쫓아가며 상반기 경매에서 96%의 낙찰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선호도 높은 강렬한 붉은색의 ‘묘법 No.050319’(5억8,000만~8억원·서울옥션)부터 채도가 조금 낮아 분홍색에 가까운 ‘묘법 No. 050314’(가격 미정·케이옥션), 연필심 색깔을 닮은 세련된 회색조의 ‘묘법 No. 050314’(5억5,000만~8억원·케이옥션) 등이 선보인다.
◇세상 빛 보는 고미술= 고미술로 특화한 마이아트옥션은 하반기 첫 메이저 경매인 26일 경매에 고서화 등 총 136점 약 27억 원어치의 새 주인을 찾는다. 세상에 처음 공개된 조선 시대 추모집 ‘수서가장첩(水西家藏帖)’은 추정가 5억~10억 원에 경매에 오른다. 영·정조 시기의 사대부 이창좌(1725~1753) 사후에 제작된 문집인데 겸재 정선의 그림 2점이 더해져 유물의 품격을 높였다. 그림은 각각 이창좌의 ‘집’과 ‘산보’를 소재 삼았으며, 제작연도와 그려진 장소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 외에 일본인 소장자로부터 환수해 온 김홍도의 ‘노송도’(4억~7억원), 겸재 정선의 ‘정양사’(2억~5억원) 등도 출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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