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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전방위 옥죄기…33兆 카드론까지 'DSR 사정권'

['대출 절벽' 공포 확산]

◆나흘새 마통 7,600개 신규 개설

DSR 대상 확대 일정 앞당기고

제2금융권에도 규제 적용 무게

실수요자 "대출길 막히나" 우려

대선 앞둔 정치권 반대도 거셀듯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를 전방위로 옥죄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발표한 대책이 본격 시행된 후에도 증가세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신용대출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등 예고하지 않았던 칼까지 뽑아드는 모양새다.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까지 추가 대책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금융 당국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당장 ‘배짱’ 영업을 하던 NH농협은행 등이 대출을 중단함에 따라 실수요자들은 대출 길이 막히는 것 아니냐며 ‘대출 절벽’ 현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여론이 나빠질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여당의 반대도 넘어야 한다.

2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당초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던 카드론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드론은 2018년 DSR 도입 이후 줄곧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가계대출의 고삐를 잡겠다고 DSR을 도입했지만 이를 비껴가는 카드론 등의 ‘구멍’이 되레 증가세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카드론 잔액 규모는 지난해 33조 원가량으로 전년 대비 10% 가까이 늘었다. 금융 당국은 4월 대책에서 이 카드론을 DSR 적용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풍선 효과’의 마지막 종착지인 카드론을 규제 사정권 안에 넣겠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고 후보자가 언급한 추가 대책의 범위에 카드론의 DSR 적용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까지 포함돼 있다”며 “인사 청문회가 끝난 뒤 정식 취임하게 되면 추가 대책 여부에 대한 공식적 의사 결정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 후보자가 예고한 추가 대책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차주 단위 DSR 규제 일정을 앞당기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올 7월부터 전 규제 지역 6억 원 초과 주택을 구입하거나 1억 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의 원리금 상환 합계액이 소득의 40%(제2금융권은 6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내년 7월에는 총 대출액이 2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추가되고 오는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1억 원을 넘어서는 모든 대출에 DSR 규제가 적용된다. 내년 7월로 예정했던 카드론의 DSR 규제 적용도 자연스레 일정이 1년 앞당겨지는 셈이다.





제2금융권이 누리고 있는 규제 차익 해소도 필요하다. 금융 당국이 DSR 규제로 은행권 대출을 조이자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1~7월까지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51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48조 3,000억 원) 6.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제2금융권 대출은 27조 4,000억 원 늘어 2조 4,000억 원이 줄었던 전년과 비교해 124.2%나 폭증했다. 농협 상호금융에서만 대출 증가액이 10조 2,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감소세였던 보험사(4조 4,000억 원)를 비롯해 저축은행(5조 3,000억 원), 여신전문회사(5조 4,000억 원) 모두 증가 폭이 매우 커졌다.

이 같은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 현행 60%인 제2금융권의 DSR 규제 비율을 은행권과 같은 40%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대출액을 충당하기 위해 가계가 저축은행 등으로 몰려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다만 감독 규정 개정 등이 필요한 완충 자본 도입이나 제2금융권의 한도성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 방안 등은 기존 일정대로 시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처럼 전방위로 가계 부채를 조이는 과정에서 실수요자의 대출 문턱까지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NH농협은행과 농협 상호금융이 11월까지 대출을 중단한 게 대표적 예다. 금융 당국은 또 은행과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추가 대책이 나오면 길은 더 좁아진다.

금융위 대출 중단과 관련해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는 7월 말 기준으로 올해 가계대출 취급 목표치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초과한 상황이라 금번 중단 조치를 시행한 것”이라며 “긴급 생계 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은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조치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의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계 부채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금융 감독의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왜 문재인 정권에서 가계 부채가 증가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대출 규제 또한 정부의 정책 실패인데 책임져야 할 대통령은 사과 한 마디 없고 국민들에게 고통을 떠넘겼다”고 말했다.

여론이 나빠질 경우 여당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표심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당은 4월 대책에도 청년·신혼부부의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는 ‘엇박자’ 대책을 끼워넣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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