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23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들의 유해에는 참형과 능지처사 같은 조선 시대 극형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동안 기록상으로만 남아 있던 박해시절 천주교도들의 처형 흔적이 유해를 통해 직접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일 천주교 전주교구가 공개한 순교자 유해 감식 결과에 따르면 윤지충과 권상연, 윤지헌 3구의 유해에서는 모두 목뼈 골절이나 소실이라는 특이점이 관찰됐다. 이들은 박해 시절 각각 전주 남문 밖(전동성당 터) 형장에서 극형으로 처형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먼저 1791년 처형된 윤지충과 권상연은 목을 베이는 참수형을 당했다. 순교자 유해 발굴 당시 두 순교자의 유해는 모두 머리가 왼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는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따로 묻혔을 경우에만 나타나는 형태라고 전주교구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윤지충의 유해는 다섯째 목뼈의 왼쪽 부분에서 사망 무렵 날카로운 칼과 같은 도구에 의해 비스듬하게 절단된 것으로 추정되는 예기 손상이 관찰됐고, 같은 날 처형된 권상연의 유해에서는 머리뼈 일부와 목뼈의 소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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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충의 순교 10년 뒤 처형된 동생 윤지헌의 유해에서는 능지처참형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났다. 능지처참형은 목이 베인 뒤 머리·양팔·양다리·몸통 등을 찢어 죽이는 가장 가혹한 처형이다. 그의 유해에서는 둘째 목뼈와 양쪽 위팔뼈, 왼쪽 넙다리뼈(대퇴골)에서 사망 무렵으로 추정되는 골절이 각각 관찰됐다. 이는 능지처참형의 분명한 증거라는 게 전주교구의 설명이다.
이번에 발견된 순교자의 유해에서 나타난 흔적들은 역사상 존재했지만 조선시대 형벌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호남교회사연구소장 이영춘 신부는 "복자들의 유해에 드러난 이 흔적이 우리나라에는 국보급 보물로 자리매김 되리라 생각한다"며 "역사적 사실을 분명하게 증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주교구는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 내에 이번에 발굴된 순교자 유해 3구를 안치해 순례객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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