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사 내의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사업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29일 환경 분야의 한 전문가는 "환경부에서 발표한 ‘3차 지하 역사 5개년 대책 (2018~2022년)’에 따르면 지하철 터널의 미세 먼지 농도가 일반 대기보다 4~6배, 승강장보다 3~4배 높다”며 지하철 역사 내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대책과 관련 당국의 예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 전문가에 따르면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고농도 미세 먼지는 별다른 정화 장치 없이 지하 역사 출입구와 본선 터널 환기구를 통해 지하철 역사 내로 유입되고 있다. 하루 약 1,000만 명이 넘게 이용하는 서울시 지하철 역사의 경우 미세 먼지 농도가 100ug/m3 (기준치는 50ug/m3)에 근접해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하철 터널 내부로 유입된 고농도의 미세 먼지는 열차풍을 타고 환기구로 들어가 도심으로 다시 뿜어져 나온다.
미세 먼지는 말 그대로 ‘작은 먼지 알갱이’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20~30분의 1 크기인 초미세 먼지의 경우 입자가 너무 작아 혈액에 침투할 수도 있다. 단시간 흡입으로는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가 나타나지 않지만 장기간 노출될 시 천식과 폐 질환,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질병이 유발될 수 있다. 암 발생 확률도 미세 먼지를 흡입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현저히 높아진다. 한 전문가는 "미세 먼지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불안이 증대하고 있어 이에 관련한 대책 마련과 개선 필요가 절실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관련 사업 예산 규모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서울시 관내 지하 역사의 경우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한 재원 투입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9월 감사원 특별 감사 내용에 따르면 지하철 터널에 대한 ‘미세 먼지 관리 기준’ 부재로 인해 지하 역사 미세 먼지 관련 예산 총 32억 3,000만 원의 약 1.5%에 불과한 약 4,700만 원이 터널 공기질 개선에 투입됐다. 서울시는 환경부로부터 국고 보조금을 받아 서울시 내 미세 먼지 저감을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었지만 예산 집행 실적이 부진해 감사원으로부터 개선 요구 권고를 받았다. 대표적으로 지하철 역사 미세 먼지에 대한 관리 및 예산 집행이 미흡하다는 진단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8월 국회에서도 미세 먼지로 인한 국민 고충 해결을 위해 민생 추경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여전히 2019년도 기확보된 예산만 집행하는 수준에 그치며 2020년도 예산 약 210억 원은 매칭조차 하지 않았다. 터널 부문 공기질 개선을 위한 2021년도와 2022년도 사업비도 아직 신청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효율적인 미세 먼지 저감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이미 발생한 미세 먼지를 포집해 한 번에 제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하철 터널 미세 먼지를 효과적으로 포집해 제거하기 위해서는 본선 환기구 개선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도 터널 부문에 미세 먼지 저감 예산을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시의적절한 예산 투입만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건강 증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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