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전력 대란을 맞고 있는 중국에서 결국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통해 수요 조절에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내 상품 생산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기료 인상을 통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졌다.
30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남부 광둥성 정부는 산업용 전기의 피크시간대와 심야 시간대 가격 차를 확대하고 피크시간대 전기료를 25% 인상하기로 했다. 광둥성 지역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금요일(10월 1일)부터 피크시간 가격을 기존 1.65배에서 1.7배로, 심야시간 가격은 0.5배에서 0.38배로 책정해 가격 차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크시간은 오전 11시부터 12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하루 총 3시간이다. 이를 경우 결과적으로 대폭적인 전기료 인상이 이뤄진다. 일단 이는 산업용 전기료에 해당되며 가정용 전기료에는 관계가 없다.
앞서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수요 억제를 위해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같은 조치로도 전기 사용이 줄지 않을 경우 가정용 전기료도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최대 제조업 생산지역인 광둥성이 전기료 인상이라는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다른 지방들도 비슷한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가발전 개혁위원회는 전날 “석탄 및 천연가스 수입 증가, 시장 기반 가격 책정 메커니즘 등을 통해 전력난을 해소할 여러가지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최근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다. 최근 들어 호주와의 갈등으로 인한 수입 중단으로 발전용 석탄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것과 함께 중국 당국의 경직된 탄소 배출 저감 정책 집행의 여파로 전력 생산을 줄이면서 기업들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전력난은 전국 31개 성·직할시 가운데 동부지역을 망라한 20개 이상 성·직할시로 확산된 상태다.
중국 정부가 전력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기로 했는데 먼저 전기료 인상을 통한 수요조절 조치부터 단행한 것이다. 결국 생산비가 올라가고 이는 중국내 생산의 가격 경쟁력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6에 그치면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위축’ 국면으로 돌입했다고 밝혔다. 전국적인 전력난과 함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디폴트 위기,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 폭우로 인한 식량난 등이 겹치면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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