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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유가 급등에 환차손·이자부담까지…기업결합은 하세월

■한숨 깊은 대한항공·아시아나

유류비, 항공사 운영비 최고 30% 차지

대한항공, 유가 1弗 오르면 354억 손실

환율 10원 오르면 560억 외화 손실

인수합병 1년 지났지만 결론 안 나와





급격한 유가·금리·환율 상승으로 수익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항공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 승인 지연 가능성까지 불거졌다. 이대로라면 항공 산업의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유가·금리·환율 동반 상승에 수익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객 수요는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낮은데 유류비 급등, 이자 부담 증가, 외화 환산 손실까지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급등은 항공사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다. 유류비는 항공사 운영비의 20~30%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배럴당 40달러에 머물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올 5월 64.49달러에서 지난 1일에는 74.86달러까지 치솟았다. 여객 수요 급감에도 화물 운송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화물 매출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는 대한항공은 연간 유류 소비량이 약 3,000만 배럴이다. 유가가 1달러 상승할 때마다 약 3,000만 달러(한화 354억 1,2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 유류비가 123% 급등하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17.5% 감소하기도 했다.

급등하는 환율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외화로 지급한다.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외화 부채가 많을수록 환율이 오를 때 외화 환산 손실도 더해진다. 올 5월 기준 1,100원대를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은 올 8월 1,150원대를 넘어 현재는 1,180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최고치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560억 원의 외화 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원 변동 시 상반기 말 기준 약 343억 원의 외화환산손익이 영향받는다.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 요인은 또 있다. 금리 상승이다. 평균 금리가 1% 오를 경우 대한항공은 57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345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정이자율과 변동이자율로 자금을 차입하는데 금리 상승으로 이자율이 올라 고민이 크다”고 설명했다.

1년 가까이 결론이 나지 않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도 항공업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매출액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경쟁 당국 신고 및 승인 과정을 거쳐야한다. 대한항공은 올 1월 공정위를 비롯한 총 14개 국가 경쟁 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터키·태국·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 등 5개 국가에서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베트남·영국·호주·싱가포르 등 9개 국가는 아직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남은 9개 경쟁 당국 중 한 곳이라도 합병을 반대할 경우 M&A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경쟁 당국 심사가 지연되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일정도 미뤄졌다. 대한항공은 6월 30일을 주식 취득 예정일로 공시했지만 9월 30일로 한 차례 변경한 후 최근 일정을 다시 12월 31일로 조정했다.속도감 있게 양사 합병을 이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객 수요를 선점한다는 전략이 어긋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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