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캐피탈과 한국벤처투자 등 일부 공공 기관이 우회적인 방식으로 연대보증제도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서에 이해관계인도 공동의 책임을 지도록 한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연대보증의 사슬을 채워왔다.
13일 서울경제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등을 통해 입수한 지난 2019년 IBK캐피탈의 초기 창업 기업 대상 특례 프로그램 계약서(16건)를 분석한 결과 3건은 3명 이상의 이해관계인을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4% 지분만 갖고 있는 등기이사도 포함돼 있다. 등록된 이해관계인은 2명이지만 지분이 1%·3% 등에 불과한 등기이사를 포함한 사례까지 합치면 총 5건이었다.
한국벤처투자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2017년 5월 이후 맺은 계약 860건 중 36건(4%)이 이해관계인 3인 이상을 등록했다. 두 기관 모두 이해관계인 등록을 창업자나 실질적 경영인에게 설정하지 않고 등기이사일 경우 지분 보유와 상관없이 모두 등록시키는 관행을 유지해온 결과다.
명목상으로는 창업가의 연대보증이 폐지됐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창업가들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해관계인 설정이 광범위한 데다 이해관계인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독소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인은 배임 등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연대책임을 져야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실제 IBK캐피탈의 계약서에는 ‘이해관계인의 책임’ 조항을 별도로 둔 뒤 ‘회사의 모든 의무를 회사와 연대하여 이행한다’ ‘회사가 법적 제약으로 인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그러하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해관계인에게 뚜렷한 과실이 없어도 포괄적인 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한 창업가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창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인지 몰랐다”며 “계약서대로라면 회사가 문을 닫기라도 하면 지분도 별로 갖고 있지 않은 이해관계자가 책임을 떠맡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이러한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2019년 이후 이해관계인 포함 대상을 기존 등기임원 및 최대주주에서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로, 책임 범위는 ‘모든 과실에 대해 회사와 연대책임’에서 ‘이해관계인의 귀책 사유가 있는 과실’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IBK캐피탈 측은 “초기 기업일수록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회사 존폐로 이어진다”며 “경제적 실익보다는 책임 강화 차원에서 이해관계인 조항을 도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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