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당시 합의한 북아일랜드 통상 협약 문제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영국이 협약 ‘불이행’마저 시사하자 독일과 프랑스 등 EU 주요국은 ‘영국으로 가는 에너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내세우며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주요 회원국들이 영국의 북아일랜드 협약 이행을 위해 강력한 보복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며 EU 집행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아일랜드 협약은 영국이 브렉시트로 EU 시장에서 탈퇴한 뒤에도 영국 연방인 북아일랜드는 EU 단일시장에 남기는 내용이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사회·정치·경제적으로 특수한 관계인 북아일랜드 현실을 고려해 체결됐다. 이로 인해 북아일랜드는 계속해서 EU의 규제를 받게 돼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가는 상품에는 통관 및 검역 절차가 적용됐다.
그러나 영국은 이를 과도한 제재라고 반발하며 협약의 대대적 개정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영국 보수당 정권은 브렉시트의 근본 취지로 내세운 국경통제, 사법권 탈환을 강조하며 유럽사법재판소(ECJ)가 EU 법규를 북아일랜드에 적용하는 것마저 반대하고 있다.
영국은 최악의 경우 북아일랜드 협약 16조를 가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은 협약이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부르면 어느 쪽이든 개입하고 협정 일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장치다.
하지만 이를 놓고 EU 주요 국가들은 영국이 북아일랜드 협약을 지켜야 한다며 EU 집행위원회에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프랑스·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스페인 등 5개국 대표단은 지난 11일 EU·브렉시트 협상자인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부집행위원장을 만나 영국의 협약 이행을 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이 '16조'를 발동한다면 유럽에서 영국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고 자동차 등 영국의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유럽을 통해 최대 10%의 전력과 12%의 가스 공급을 받고 있다. 이미 프랑스는 브렉시트 후 영국과의 어업권 분쟁을 놓고 영국으로 가는 2기가와트(GW)의 전력 케이블을 차단하겠다며 위협한 바 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지 않기 위해 세프코비치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13일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들어가는 상품의 세관 검사를 절반, 식품의 위생 검사를 80% 줄이는 내용의 북아일랜드 협약 개정안을 공개했다.
세프코비치 부집행위원은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총리 유럽보좌관과 만나 협상에 들어간다. 세프코비치는 "영국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EU가 제안할 엄청난 이점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영국의 비타협적인 태도는 국방과 외교 분야에서 EU와의 협력을 막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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