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해소에 다급한 중국이 미국산 천연가스를 다시 수입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15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정유업체인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시노펙)와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 등 최소 5개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셰니에르 에너지, 벤처글로벌 등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업체와 LNG 수입 계약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계약 규모는 수백억 달러 가량”이라며 “실제 계약이 성사된다면 중단됐던 미·중 간 천연가스 교역이 재개됨을 의미한다”고 했다.
앞서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9년 양국 간 천연가스 교역은 중단된 바 있다.
특히 이번 협상을 위해 중국 국영 기업들이 움직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양국 에너지 기업들은 올해 초부터 계약 재개 여부를 두고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최근 유럽과 아시아에서 에너지 공급 경색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자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실제 동북아 천연가스 현물가격(JKM)은 지난해 10월 100만Btu 당 5.2달러에서 지난 6일 56.3달러로 10배 이상 급등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중국이나 유럽에 비해 에너지 공급 경색 정도가 덜해 천연가스 가격이 아시아보다 아직 저렴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미국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헨리 허브 가격은 이달 8일 현재 100만Btu 당 5.8달러 수준이다. 올해 초(단위 당 2.6달러)보다 2배 이상 뛴 것이지만 아시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다.
중국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오는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공언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브릿지 연료’ 역할을 하는 천연가스에 대한 주목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를 감안하면 양국 간 이번 협상이 긍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중국 당국이 전력 확보 ‘총동원령’을 내린 만큼 중국 에너지 기업들은 천연가스 장기 계약에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 올 겨울 ‘가스 부족 사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점은 이번 협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 천연가스 업계는 미 에너지부에 “수출용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의 상당수를 내수용으로 당장 돌려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도 천연가스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자국 산업과 국민을 위한 물량을 미리 확보해놔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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