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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이재명도 정권교체", 중도층 잡다가 집토끼 놓칠라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송영길 "이재명 당선도 정권교체…文 너무 착해"

중도층 겨냥한 고육책…靑 "발전하는 정부 이해"

윤건영 "정권 재창출은 다른 문제"...불편 기류도

李지사, 5·18 묘역 및 봉하마을 찾아 정통성 부각

이낙연 회동→지사직 사퇴→文대통령 만남 추진

'집토끼' 지키는 게 우선...대장동 수사 등도 변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연합뉴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른바 ‘정권 교체론’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자 여권 내에서도 문재인 정부와 선을 그으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통령이 돼도 정권 교체와 마찬가지라는 논리가 고개를 든 것이다. 지지율 확장이 여의치 않자 나온 고육지책이다. 이 지사가 문 대통령과 정치 스타일, 지지 기반에서 일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물론 사실이다. 다만 여권 내 일부 정치인들의 이 같은 주장이 중도층에게 설득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인물만 다를 뿐 이 지사를 뒷받침하는 민주당 세력에는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는 인식도 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이 지사 간 국정 방향성 차이는 3김 시대 호남·충청 연립정부로 출발한 김대중 정부와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노무현 정부, ‘시장 우선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박근혜 정부 등과 비교해도 그 폭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차별점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정책 등도 강도와 속도만 다를 뿐 결국 바라보는 곳은 같다는 진단이 나온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유력 대선 주자들과 비슷하거나 높은 상황에서 이 지사가 현 정부와 확연히 선을 긋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호남, 40대 등 ‘집토끼’ 단속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이 지사는 경쟁 상대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도 아직 완전히 품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이 검찰·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상태에서 이 지사가 현 정권과 당장 거리를 두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권양숙 여사 예방에 앞서 지지자에게 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이재명이 당선돼도 정권 교체…문 대통령은 너무 착해”

최근 ‘이재명 정권 교체론’의 진앙지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였다. 송 대표는 지난 17일 MBN ‘시사스폐셜’에 출연해 “여든 야든 정권 교체가 되는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새로운 정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총리나 각료나 핵심 역할을 했던 분이 아니고 경기지사로 지방행정을 했고 핵심 주류 그룹이 아니었다”라며 “그래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 가지고 제가 홍남기 부총리와 아주 부딪혔는데, 경기도는 그냥 다 하겠다고 결정했다”며 “그러니까 뭔가 좀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특히 야권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가 정당했다는 판결을 언급하며 “우리 문재인 대통령님이 절차를 아주 중시하시고 너무 마음이 착하시다”라며 “아마 그런 경우에 불러다가 그만 둬라라고 해야 되지 않았나. (이재명 후보와) 좀 스타일이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발언이었다.

송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곧바로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는 송 대표와 이 지사가 문재인 정부와 선을 긋는 게 아니냐며 불편해 하는 기류가 흘렀다. 야권에서는 정권 재창출의 이미를 가리기 위한 궤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가 자랑스러웠다면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계승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그들이 문재인 정부를 실패로 규정하고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송영길 대표마저 정권 교체를 외친다”며 “내친 김에 사과도 하시죠”라고 비꼬았다.

논란이 여야를 막론하고 확산하자 송 대표는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본노선은 계승해 가지만 부족한 점은 보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라며 “이명박 때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것도 정권 교체라고 했다”고도 항변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 이후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게 새로운 정권 창출 아니겠나”라며 “문재인 정부의 기본 노선과 장점을 계승해나가되 부동산 정책 같은 경우는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새로운 정권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22일에도 연합뉴스TV ‘뉴스1번지’에 출연해 “실제로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같은 경우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소득주도성장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란 같은 게 있었다. 이런 미흡한 점들을 잘 보완시켜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교체 여론 높자 고육지책…靑 “발전하는 정부 취지로 이해”

송 대표가 불현듯 정권교체론을 들고 나온 것은 최근 대장동 의혹으로 이 지사 지지율이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 없이 답보 상태에 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 글로벌리서치가 JTBC 의뢰로 지난 19~20일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57.6%에 달했다. ‘정권 유지’를 선택한 응답(37.5%)보다 20.1%포인트나 높았다. 이는 같은 기관의 일주일 전 조사보다 격차가 더 벌어진 수준이었다.

신동아가 폴리컴에 의뢰해 13~15일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6.0%로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 55.3%보다 19.3%포인트나 낮았다. 14일 공개된 SBS·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응답자의 55.7%가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36.2%가 ‘여당의 정권 재창출’을 각각 선택했다. 같은 날 발표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응답자의 54.5%가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정권 연장을 위해 여당 후보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38.2%에 그쳤다.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은 높지만 이 지사 본인의 지지율은 의외로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들과 박빙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 지사의 당선을 정권 교체처럼 인식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일부 있다는 얘기다. 송 대표의 발언은 이 같은 국민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송 대표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 발언을 두고 “말의 의미를 단편적으로 보는 것보다 문재인 정부를 더 넘어서서 발전된, 문재인 정부의 성과는 다 이어가면서 혹시나 부족했던 점이 있으면 발전하는 정부로 만들겠다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출신으로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송 대표 발언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윤 의원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해할 수 있다만 분명한 것은 정권 교체냐, 정권계승이냐, 재창출이냐라는 문제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며 “조금 해석의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선과 혁신의 관점에서 이야기했을 거라고 이해하고 싶다”고 밝혔다. ‘송 대표의 발언이 약간 나간 발언이라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생각의 정도에 따라서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울경제DB


李, 이르면 다음주 文대통령 회동…'교체론' 부각하다 ‘집토끼’ 잃을 수도

중도층에 손짓한 송 대표와 별개로 이 지사는 전통적 여권 지지층 확보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우선 22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도 찾았다. ‘호남’과 ‘노무현’이라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의 정통성을 부각한 것이다.

아울러 이 지사는 24일 서울 안국동 찻집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도 회동하기로 했다. 최종 경선 이후 2주 만이다. 이후 이 지사는 바로 다음 날인 25일 지사직을 내려놓는다.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을 만나는 시점은 이르면 다음주께로 점쳐진다. 이 지사는 22일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을 묻는 질문에 “협의 중이라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경기도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문 대통령과 이 지사가 만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으나 이 시기는 다소 미뤄진 상태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2일 “(이 지사 측에서) 최근 면담 요청이 있었고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는 메시지를 내 이 지사를 향한 특별검사 도입 요구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현재 이 지사 입장에서는 서둘러 이 전 대표를 품고 문 대통령에게 인정을 받는 모습을 보여야 진보 지지자들을 모두 아우르는 외연 확장이 가능한 상태다. 아직은 누구와 선을 그을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지사가 문 대통령과의 회동 후 지지율을 확장할 지, 박스권 안에 더 갇힐 지는 이후 대권 행보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대장동 의혹 여파,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 결과 등에 따라 중도층의 표심도 요동 칠 수 있다. 송 대표 등 여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와 문 대통령 간 가장 차별화 포인트를 ‘부동산 대응’으로 짚었지만 국민들도 이에 동의할 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정권 교체론에 방점을 찍을 경우 일부 중도표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 전 대표 지지자 등 그 ‘정권 교체’가 싫은 ‘집토끼’들을 야당 후보에 빼앗길 위험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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