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NH농협금융이 카카오뱅크·토스뱅크를 콕 집어 벤치마킹할 것을 주문했다. 내년 6월 고객 중심의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빠르게 고객들을 확보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을 적용하자는 취지에서다. 최근 KB국민은행도 ‘KB스타뱅킹’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 인터넷은행에 맞서 시중은행의 변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NH농협금융은 손병환 회장과 전 계열사 디지털 최고책임자들이 참석하는 제4차 농협금융 DT(디지털 전환)추진최고협의회를 화상으로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고 29일 밝혔다. 손 회장은 계열사의 DT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2022년 농협금융 DT 추진 방향과 중점 추진 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손 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가능한데 농협이 놓치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없는지 세밀하게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평소 그는 기존 금융기관이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어도 인터넷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상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손 회장은 “우리도 지난 몇 년간 DT 추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고객의 불편 사항 해소를 위한 토스나 카카오의 노력과 사업 추진 자세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부 규정, 업무 관행 등의 이유로 고객의 불편 사항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객 입장에서 철저하게 따져볼 것을 주문했다. 가령 농협은행은 금융 사고 취약 계층인 고령 고객이 많은 특성을 감안해 엄격한 규정을 적용한 결과 대포통장 발생 건수가 시중은행 중 가장 낮다. 그러나 이 같은 점이 디지털 환경에서 고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만큼 새로운 묘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고객이 체감할 수 있어야 비로소 DT 추진이 성공하는 것”이라며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도 고객 입장에서 한 번 더 살펴보고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 나가자”고 촉구했다.
손 회장이 카카오·토스까지 언급하며 이같이 주문한 데는 2022년 금융지주회사 체제 전환 10주년을 맞아 고객이 체감하는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농협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올원뱅크’를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원뱅크에 증권·보험 등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연동해 농협금융의 허브 역할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취지다. 농협은행 차원에서는 NH스마트뱅킹·NH웹캐시·올원뱅크·NH스마트인증·NH기업스마트뱅킹·NH스마트알림·NH스마트고지서 등 7개의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을 NH스마트뱅킹·올원뱅크·NH기업스마트뱅킹 등 3개로 줄이는 ‘앱 다이어트’도 실시한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기존 금융사에서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토스·카카오뱅크 등이 단 하나의 앱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토스(1,116만 명)와 카카오뱅크(1,036만 명)는 기존 금융사 앱보다 400만 명 이상 사용자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금융에 앞서 KB국민은행 역시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증권·손해보험·카드 등 6개 계열사의 주요 서비스를 모았다.
은행권의 관계자는 “보안·안전성 문제 때문에 은행 앱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선입관이 카뱅·토스를 통해 깨졌다”며 “이러다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다들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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