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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r. 브레인' 이선균, 꾸준함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닥터 브레인' 주연 배우 이선균 / 사진=애플TV+ 제공




어느 일이든 꾸준함이 어렵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그렇다. 멈춰 서면 정상에 다다를 수 없고, 눈앞에 보이는 것만 전부라고 여기게 된다. 꾸준히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야만 정상에 가까워지고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

배우 이선균은 데뷔 후 22년 동안 오르막길에 오르듯이 꾸준하게 연기했다. 험난한 길에선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단련된 능력으로 조금씩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멈추지 않은 덕분에 ‘하얀 거탑’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부드럽고 따뜻한 면모로, ‘파스타’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반전 모습으로 주목받았고, ‘나의 아저씨’에서는 삶의 무게를 가진 중년으로, ‘기생충’에서는 삶의 굴곡이라고는 없는 상류층으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의 꾸준함은 장르물의 대가 김지운 감독의 눈에 띄었고, 전 세계로 반경을 넓힐 수 있는 애플TV+의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Dr. 브레인)’에 동행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게 했다.

홍작가의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닥터 브레인’은 타인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 뇌동기화 기술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뇌과학자 고세원(이선균)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SF 스릴러물이다. 지난 4일 애플TV+의 국내 론칭과 함께 한국 첫 콘텐츠로 공개됐다. ‘장화, 홍련’·‘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악마를 보았다’ 등 유수의 작품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이목이 집중됐다.

“김지운 감독님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고 좋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감독님 작품을 좋아했거든요. 이전에 사적으로도 뵀었는데 술을 좋아하지 않으시니 어울리지는 못했어요. 이번에 함께 작업해 보니 예상한 만큼 디테일도 뛰어나고 심플하면서도 정확하게 포인트를 짚어주셔서 연기할 때 큰 의지가 되더라고요. 끝까지 책임지고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감사함을 느꼈죠.”

김 감독은 이선균의 어린 시절부터 쭉 지켜봐왔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그가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 영화를 통해 차근차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을 봤고, 특히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통해 훌륭한 연기자로 성장했다고 확신했다고. ‘닥터 브레인’ 작업 과정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그 신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 대단한 미덕이 있는 배우라는 것을 느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김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 들은 이선균은 “현장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시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들으면 더욱 기분이 좋다”며 “내가 많이 끌고 가는 역할이다 보니 흔들림 없이 해야 했다. 성실하게 작품에 임했던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닥터 브레인’의 첫 회가 공개되고 두 사람의 호흡에 호평이 쏟아졌다. 애플TV+는 넷플릭스 같은 다른 OTT 서비스처럼 전 회차가 한꺼번에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반응이 빠르게 오는 편은 아니지만, 몰입감 있는 전개와 궁금증을 높이는 엔딩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닥터 브레인’의 가장 큰 강점은 궁금증을 일으키는 스토리와 애플TV+의 첫 한국 콘텐츠이자, 김지운 감독님의 첫 드라마라는 점 아닐까요? 부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점이 ‘닥터 브레인’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애플TV+의 음향이나 화질이 뛰어나다는 것도 느꼈고, 기술적인 면만으로도 당당히 홍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닥터 브레인' 이선균(좌)과 김지운 감독 / 사진=애플TV+ 제공


극 중 고세원은 기억 저장 역할을 하는 해마가 비대하게 크고, 감정이나 두려움을 다루는 편도체 쪽이 위축되어 있어 차갑고 무감한 캐릭터다. 배우 입장에서 이선균은 이처럼 선천적으로 감정을 못 느끼는 고세원을 연기하는 톤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고. 캐릭터를 참고하기 위해 원작 웹툰도 살짝 보긴 했지만, 드라마는 스토리 라인이 달라지기 때문에 톤앤매너만 참고했다.

“김 감독님을 100% 의지하고 작업했어요. 작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갈 때 아이디어를 내는 편인데 이번에는 장르적으로도 그렇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여러 가지 톤앤매너나 분위기를 감독님께 많이 의지하고 갔어요.”

“고세원이 감정 없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너무 무미건조해지니까 감독님과 의논을 많이 했어요. 고세원은 어느 정도 감정에 대한 학습이 되어 있는 상태라 진지하고 우울하게 톤을 잡기로 했죠. 작품의 톤앤매너가 그렇다 보니 현장이 조용했는데, ‘말도 좀 없고 세원 같은 사람이 없을까’ 찾다 보니까 스태프들 사이에서 ‘감독님처럼 하면 되겠다’라는 농담이 있었어요.”(웃음)



고세원은 사람은 물론, 고양이의 뇌까지 스캔하면서 그들의 기억과 능력이 동기화된다. 고양이의 동체 시력이나 운동 능력까지 갖게 되는 판타지적인 장면도 있다. 상대방의 기억을 흡수하기 때문에 장면이 수없이 교체된다. 이선균 또한 처음 접한 장르이자 캐릭터이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이질감이 있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주어진 상황에 알맞게 자신도 모르게 떠오른 감정이나 기억을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어느 정도까지 다른 인물이나 개체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행동들이 포인트로 나오지만 목소리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하는지 감독님께 여쭤봤었죠. 추리극이기 때문에 그런 포인트가 부각되기 보다 대본에 나온 것만 충실하면 정보가 되는 것이었어요. ‘어떤 인물이 나에게 전이가 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닥터 브레인' 스틸 / 사진=애플TV+ 제공


이선균의 전작들이 여러 OTT 서비스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긴 하지만, 오리지널 시리즈 작품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선균은 배우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TV 드라마와 영화의 장점을 합쳐놓은 것이라고 느꼈다고.

“코로나 시대라 극장이 힘든 상태잖아요. 이런 부분을 OTT 서비스가 많이 채워줘 감사해요. 오리지널 영화도 있지만 드라마 시리즈가 대부분이라서 긴 호흡으로 어떤 인물을 탐구하고 연기하는 것 자체가 다르고 집중력과 지구력을 요하더라고요. 기존의 드라마처럼 급하게 대본이 나와서 찍는 구조가 아니어서 현장의 환경이 개선됐고요. 완성이 된 뒤에 오픈하기 때문에 퀄리티 좋아요.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동시에 공개된다는 게 큰 장점이죠. 이런 OTT 문화와 극장 문화가 상생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영화 ‘기생충’으로 해외에서 주목받게 된 그에게 전 세계로 공개되는 ‘닥터 브레인’은 두 번째 해외 진출작이다. ‘기생충’ 이후 많은 작품을 촬영했지만, ‘닥터 브레인’이 가장 먼저 공개되면서 차기작이 됐다.

“최근 ‘오징어 게임’ 같은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걸 정말 기쁘게 보고 있어요. ‘기생충’ 때도 ‘또 이런 일이 있을까?’ 했는데 불과 2년 만에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중심에 설지 정말 몰랐죠. 겹겹이 많이 쌓인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BTS)이나 ‘기생충’ 등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죠. 한국인만의 흥도 있고 그 문화를 새롭고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분들의 책임감, 주인의식이 잘 화합돼 좋은 문화들이 나오고요. 한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해외 진출작들이 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배우들이 늘어가고 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아는 배우들은 전면에 나설 기회가 많아지고, 해외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SNS를 개설하기도 한다. 이선균 또한 언젠가 다시 올 기회를 위해 준비할 계획이다.

“영어는 숙제 같아요. 해외 프로모션 갈 때마다 작아지는 저를 보고 자학하면서 영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작품 들어가면 주춤해져서 이번에 다시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SNS 계정은 몇 년 전부터 있는데 사생활을 노출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용기가 안 나요. 대신 해시태그를 통해서 틈틈이 검색해 보고 있어요.”(웃음)

스스로 길을 개척해가며 쉬지 않고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는 이선균. 앞으로 계획된 길도 한참 남았다.

“‘닥터 브레인’ 시즌2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오가는 건 없어요. 시즌1이 오픈하고 어떻게 봐주실지 반응이 궁금할 뿐이죠. 반응이 좋으면 순차적으로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는 지방에서 추창민 감독의 영화 ‘행복의 나라’(가제)를 배우 조정석, 유재명 등과 함께 열심히 찍고 있어요. 영화 ‘킹메이커’는 올해 말 개봉이 확정됐어요. 2년 만에 오픈하는 거라 정말 반가워요. ‘사일런스'는 후반 작업 중이고요. 지금 공개를 기다리는 영화가 정말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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