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사진) 중국 총리가 최근 경제의 하방 압력에도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통화 완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경기둔화 속에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는 중국 경제의 딜레마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 16일 세계경제포럼(WEF) 주최 글로벌 기업가 포럼에 화상 연결 방식으로 참석해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사회 발전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경제가 전체적으로 회복·발전하는 추세지만 동시에 새로운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이어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좋아지는 추세에는 변함이 없다”며 “우리는 계속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나가는 가운데 ‘대수만관(大水漫灌)’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수만관’은 농경지에 물을 가득 대는 관개법이다. 중국 당국자들은 유동성 대량 공급을 대수만관에 비유한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당분간 인하하지 않는 것은 물론 20일로 예정된 11월 인민은행 대출우대금리(LPR)도 19개월째 ‘동결’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통화정책보다는 투자 확대, 세금 감면 등 재정 정책을 우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리 총리는 “적기에 더욱 강도 높은 감세와 행정 비용 감소 정책을 내놓아 시장 주체의 활력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리 총리의 이번 발언은 최근 중국 경제의 회복 동력이 급속히 약화하면서 일각에서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지역 봉쇄, 헝다 사태로 인한 부동산 시장 급랭, 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 전력난 등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경제 성장률은 3분기에 4.9%까지 내려왔다.
앞서 3일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도 보고서에서 “기업의 자신감을 진작해 투자가 회복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완화 쪽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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