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사진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사진을 보고 ‘촌스럽다’고 느끼셨나요. 아니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사진을 ‘얄밉게 빼입었다’고 보셨나요. 또는 반대로 이 후보의 사진이 ‘정갈하고 세련됐다’ 윤 후보 사진을 두고는 ‘정감있고 편하다’고 느끼셨을까요.
과거 대선에서도 후보들은 경기장을 찾았습니다만, 이번처럼 옷차림에서 후보간 차별화를 발견한 적은 없었습니다. 열세지역 팀 유니폼을 입는다거나 윤 후보처럼 ‘KOREA’점퍼로 팀색을 옅게 만들고 비슷비슷한 수준의 옷차림으로 의례적인 방문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이번 윤 후보의 ‘패션 테러’는 옷차림 하나로 한국 사회의 정치적 균열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윤 후보의 옷 차림을 보고 ‘패션 테러’라며 눈을 감으셨나요. 그렇다면 평범한 한국 ‘아재’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진보 엘리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야구장 패션 선호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윤 후보의 옷차림을 비웃고 넘길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윤석열의 취향·감수성…‘아재’들을 흔들까
“김응룡 감독도 생각나고 옷 입는 것에 부담도 없고 윤석열 사진 보고 나도 야구장 갈 수 있을 것 같더라고.”
“야구팀 점퍼를 어디서 사야는지도 모르는데 부부가 맞춰입고 나오고 위화감 느꼈어.”
“검찰 총장까지 한 사람이 저렇게 털털하게 다니는 게 완전 아재네.”
윤 후보의 촌스러움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는 ‘아재’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백인 노동자 계급을 흔들어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향수 마냥 윤석열의 취향과 감수성으로 한국사회에서 주눅 들어 있던 ‘아재’들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겁니다. 유독 4050세대 지지율에서 이 후보를 따라잡지 못하는 윤 후보가 야구장 패션으로 그들의 감수성에 호소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 합동 11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NBS·15~17일 1,004명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 참조)에 따르면 40~49세에서 이 후보(56%)·윤 후보(23%), 50~59세는 이 후보(48%)·윤 후보(35%)로 윤 후보는 ‘아재’들의 지지가 절박한 상황입니다.
촌스러운 옷차림, 직설적인 반응, 왕(王)자, 개사과 등 계속되는 실수, 진보 매체로부터 반페미라는 공격 등이 오히려 ‘아재’들을 윤 후보와 동일시 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이야깁니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대 교수는 그의 저서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계속 들통나는 실수, 독서량이 많지 않다고 계속해서 공격 받는 것 등 트럼프의 모든 것에 대해 백인 노동자 계급이 동일시 할 수 있었다”고 분석합니다. 정확하게 한국 대선과 맞아 떨어지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윤 후보 배우자에 숨겨진 ‘호기심’…투영된 ‘표식’
에미니 추아 교수는 “트럼프의 막대한 재산도 동일시의 요인이었다. 그것이(아름다운 아내와 자기 이름이 박힌 거대한 빌딩들도 함께) 바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노동자 계급 미국인에게, 기득권에 반대하는 것과 부자에게 반대하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아름다운 아내’라는 분석도 의미심장합니다. 다시 한국 대선에 대입해 보자면 윤 후보의 배우자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4050세대에 관심은 의혹의 진실보다 뜻밖에 ‘호기심’입니다.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들 역시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욕망이 투영된 ‘호기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인공적’이라고 의심될 때 호기심은 더욱 극대화 될 겁니다. 야구장을 포함해 배우자와 동행하는 스케줄이 없는 윤 후보를 겨냥해 반대 진영에서 배우자 의혹 탓이라고 비판하지만 호기심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에미니 추아 교수의 분석을 다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부족 정치는 집단을 드러내는 표식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엘리트 계층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서 차이를 드러내 주는 표식은 늘 미학적인 요소와 관련이 있었다. 오늘날 미국의 엘리트, 특히 진보 쪽 엘리트는 자신이 얼마나 다른 이들에 대해 가치 판단을 내리려 하는 지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조잡하고 싸구려 같은 것을 질색한다. 그런데 그 조잡하고 싸구려 같은 것들(가짜 선탠, 화려한 머리 등은) 대개 저소득층과 관련이 있고, 이는 우연이 아니다. 많은 엘리트 계층이 보기에 ‘애국심’도 그런 조잡한 취향이다. 적어도 ‘USA’를 연호하고…(중략)…성조기를 흔드는 촌뜨기들” 인용 글에 USA와 성조기를 대신해 ‘KOREA’ ‘태극기’를 대입하면 어떻습니까. 윤 후보의 촌스러운 ‘KOREA’ 점퍼가 다시 보이시나요.
집단본능 자극하는 ‘이익투표’ 대선
에미니 추아 교수는 집단 본능이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우리 편과 상대 편을 나눠 분열 시키면 위기의식을 느낀 집단을 자기들끼리 더욱 똘똘 뭉치고 폐쇄적이고, 방어적이 되어 적대의식으로 정치를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미리 잘 짜인 각본에 의해 거짓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천박하고 폭력적인 프로레슬링을 보고 마치 자기편이 이기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관중들처럼 유권자들을 현혹 시키는 ‘프로레스링 관람의 현상학’이 트럼프의 정치전략과 지지자들의 정치 행태라는 겁니다.
대한민국 정치라고 다를까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대선의 성격을 “이익투표적 경향이 강하다”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윤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대선은 일정한 패턴과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2017년 대선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맞서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를 투표한 선거였다면,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될 때는 온 국민이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라고 찾았지만 '7·4·7' 공약에 호응하는 등 이익투표적 경향이 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이 가치보다는 이익투표적 경향이 강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결국 대선 후보들의 옷차림 하나에서도 ‘나에게 이익을 누가 더 줄까’라는 집단본능을 자극하는 표심전략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각본에 짜여진 프로레스링을 보면서도 현혹되지 않고 끝까지 후보의 진정성을 테스트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떤 가치와 비전을 제시할지 지켜볼지는 유권자 선택에 달렸습니다. 옷차림이 촌스럽거나 편안함을 주거나. 결국 비춰지는 게 다는 아니라는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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