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 시중은행들이 기다렸다는 듯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 폭에 0.15%포인트를 더 얹은 것이다.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은행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을 이참에 잠재우기 위해서다.
이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6일부터 주요 예금과 적금 상품 금리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하루만에 예·적금 인상분을 반영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은 19개 정기예금과 28개 적금 상품의 금리를 올린다. ‘우리 슈퍼(Super) 정기예금’ ‘우리 Super 주거래 적금’ ‘우리 으쓱(ESG) 적금’ 등 예·적금 상품의 금리 인상 폭은 최소 0.20%포인트, 최대 0.40%포인트다. 우리은행은 3개의 입출식 통장 상품 금리도 0.10~0.1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인상된 예·적금 금리는 26일부터 가입하는 상품에 대해 적용된다. 영업점 창구뿐만 아니라 인터넷·스마트폰 뱅킹 등을 통한 가입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입출식 통장은 기존 가입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하나은행은 26일부터 ‘주거래하나 월복리적금’ 등 적금 5종에 대한 금리를 0.25~0.40%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오는 29일부터는 ‘도전365적금’ 등 적금 7종과 ‘369정기예금’ 등 정기예금 6종에 대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 이들 은행의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빠르게 수신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며 “예·적금 수요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자산 증식에 도움이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을 이유로 대출금리는 대폭 올리고 수신금리는 찔끔 올리면서 국민적인 원성이 커진 가운데 금융 당국의 구두 개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이찬우 수석부원장 주재로 시중은행 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여·수신 금리 산정 체계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23일 정은보 금감원장까지 나서 “은행 예대금리차가 매우 크게 벌어져 있다”며 “현재 그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런 금융 당국의 압박은 다음 달 중순 금감원의 종합검사 수검을 앞둔 우리은행 등이 낮은 자세로 예금금리 인상에 앞장선 이유로 보인다.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예·적금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음 주 예적금 금리를 0.20~0.40%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기준금리 상승 폭을 고려해 예·적금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도 곧 수신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케이뱅크는 예금에 가입한 지 2주 내에 해당 상품 금리가 오르면 자동으로 인상된 금리를 적용하는 ‘금리보장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인상한 곳들에 고객을 뺏길 우려가 있어 서둘러 인상 시기 및 인상 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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