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의 흥행세가 수그러들면서 공모주 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페이를 끝으로 올해 ‘IPO 대어(大漁)’ 상장이 마무리되자 차익 실현을 위해 환매에 나선 공모주 펀드 투자자들이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25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국내 공모주 펀드 144개에서 4,858억 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3개월 동안에는 5,223억 원이 순유출됐다. 이 기간 동안 ‘트러스톤공모주알파’에서는 932억 원이 빠져나갔고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의 설정액은 458억 원 감소했다.
올해 초중반까지만 해도 공모주 펀드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히트 상품’이었다.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SK바이오사이언스 같은 IPO 대어가 ‘따상’에 성공하면서 공모주 투자 기대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따상은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뒤 첫날 상한가로 직행하는 것을 뜻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크래프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대형주가 잇따라 증시에 상장한 것도 공모주 투자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말 3조 5,0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공모주 펀드 순자산 규모는 8조 원대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최근 IPO 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공모주 펀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자금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따상도 예전보다 많지 않은 데다 IPO 대어도 내년 LG에너지솔루션까지는 없는 상황이라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공모주 펀드가 ‘소프트 클로징(펀드 가입 일시 중단)’을 해 추가적인 자금 유입 역시 제한적이다. 올해 초 공모주 펀드에 돈이 급격히 몰리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규모 유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모주 펀드는 규모가 아무리 늘어나도 받을 수 있는 공모주 수가 한정적이다.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가입을 막는 이유다. 금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모주 펀드의 80~90%는 소프트 클로징을 한 상태”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공모 절차에 들어가면 공모주 펀드 자금 유입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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