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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다신 없도록… 아동학대 살해 범죄에 최고 무기징역

양형위원회 양형기준 상향

학대치사는 22년 6개월로 조정

'성학대·매매' 기준도 새로 마련

법조계·시민사회 "환영·바람직"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서 한 시민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생을 마감한 정인 양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양평=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0대 A 씨는 생후 29일 된 친딸 B 양이 운다며 반지를 낀 손으로 머리를 세차게 때렸다. B 양은 급성경막하출혈과 뇌부종 등으로 이튿날 사망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B 양을 학대했던 것으로 드러났으나 1심 재판에서 내려진 형은 징역 7년에 불과했다. 앞서 대전의 한 어린이집 원장도 생후 21개월 된 여아를 몸으로 일부러 짓눌러 숨지게 했지만 1심에서 징역 9년형을 받았다.

이른바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자 사법부가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아동학대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개최한 제113차 회의에서 아동학대 범죄 양형 기준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아동학대 치사 범죄 가중처벌 상한을 징역 10년에서 15년으로 올리고 죄질이 특히 나쁜 경우 최대 징역 22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앞으로 아동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기존의 징역 4~7년에서 4~8년을 선고 받게 된다. 가중처벌의 경우 현행 6~10년보다 늘어난 7~15년의 형을 살아야 한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아동학대 살해죄의 경우 권고 형량 범위를 ‘징역 2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으로 설정했다. 기본이 17~22년으로 가중처벌의 경우 20년 및 무기징역 이상이다. 여러 정상을 참작하는 감경 시에도 12~18년을 선고할 수 있다. 양형위는 “아동학대 살해죄 중 극단적인 인명 경시 살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살인죄 양형 기준과 비교해 더 무거운 형량 범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매매하는 범죄의 양형 기준도 새로 마련했다. 성적 학대는 △감경 4개월~1년 6개월 △기본 8개월~2년 6개월 △가중 2~5년, 아동 매매는 △6개월~2년 △1~3년 △2년 6개월~6년으로 정했다. 또 아동의 신체와 정신을 학대하거나 유기·방임할 경우에도 가중처벌 시 기존 1~2년에서 1년 2개월~3년 6개월로 상향 조정했다.

양형위의 결정에 대해 법조계와 시민사회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양형위의 의견 수렴 과정에 참여한 이수연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양형 기준 강화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형위는 내년 1월 다시 회의를 열고 처벌 불원 시 감경 요소를 제외하는 방안 등 양형 인자에 대해서도 추가 의논한다. 국가기관과 연구기관, 시민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3월 전체 회의를 열고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한다.

일각에서는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상향이 뒤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말에도 20개월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의붓어머니가 체포되는 등 아동학대 사건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대법원 양형위에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개선해 달라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2018년 2만 4,604건에서 지난해 3만 905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미국 등 해외에 비하면 여전히 처벌이 약한 수준이지만 점차적으로 더 강력해질 수 있으리라고 본다”며 “아동을 학대하면 엄벌을 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아주 강하게 박힐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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