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만 하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인기 프랜차이즈들의 개별 매장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자영업계의 연말 상권 붕괴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연말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권리금을 포기하면서까지 가게를 내놓는 패닉 매물도 급증하고 있다.
20일 프랜차이즈 플랫폼 ‘마이프차’에 따르면 교촌치킨의 명의변경 사례는 지난 2019년 90개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118개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교촌치킨 매장 6개가 한꺼번에 매물로 나올 정도로 자영업계의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교촌치킨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가량 오른 6,200만 원으로 매년 빠른 성장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에 가게를 넘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코로나19 이후 고공 성장을 하던 배달 자영업도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추세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주문 접수 애플리케이션을 쓰는 자영업자는 올 상반기 내내 빠르게 늘어나면서 8월에는 38만 명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석 달 연속 하락하며 지난달에는 35만 명까지 감소해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신월동에서 올해 초까지 배달 음식점을 운영했던 A 씨는 “상반기까지 배달 주문은 꽤 됐지만 경쟁이 너무 심해지고 고객들의 ‘불만 사례’도 갈수록 늘어나면서 장사를 접고 무인 독서실로 업종을 바꿨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그나마 영업이 잘됐던 인기 프랜차이즈와 배달 음식점 등도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일반 주점과 식당들은 더 절망적이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사장 B 씨는 “(위드 코로나였던) 11월에도 코로나19 이전 매출의 60%밖에 내지 못해 제대로 된 손실 복구는 힘들었다”며 “주변 점포 업주들은 권리금을 포기하고 지금이라도 가게를 내놓는 게 경제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 씨는 “저녁 7시만 지나면 손님이 거의 없다”며 “정부 지원금도 생활에 조금 보탤 수 있을 뿐 큰 도움은 되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형 고깃집 사장 D 씨도 “너무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많이 줘 이제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 것 같다”며 “직원들과 텅 빈 가게만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방역이 이뤄지지 못한 책임을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면서 “확진자를 잡으려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위중증 관리, 병상 및 인력 확보는 하지 못하면서 계속 자영업자들만 사지로 내모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단위 매출은 확진자 폭증에 곧바로 반응했다. 전국 80만 자영업자의 카드 매출을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2월 6~12일) 전국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전주 대비 4.6% 떨어졌다. 11월에는 전주 대비 매출 증감이 1% 안팎에서 움직였는데 12월 초 확진자가 7,000명대를 기록하자마자 5% 가까이 매출이 하락했다. 2000년대 초반 27%였던 자영업자 비중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올 9월 19.9%까지 줄었다. 이는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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