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우리는 정부 말만 믿고 약속을 지켰는데 정부는 그 약속을 철저히 저버렸습니다.”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22일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정부가 7주 만에 단계적 일상 회복 정책을 보류하고 사적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을 다시 제한하자 “이제 무슨 돈으로 버텨야 하는가” “앞으로 빚 갚을 날만 남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을 토로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오후 3~5시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총궐기 집회를 열고 영업시간 제한 및 방역패스 철폐, 온전한 손실 보전, 4인 미안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반대를 외쳤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즉각 추가경정예산 100조 원을 편성해 지원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 비수도권에 비해 더 강한 방역 지침이 적용됐던 수도권의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방역 정책을 보이콧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나 모(38) 씨는 “빚이 2년 동안 2억 원 넘게 쌓인 상황에서 손실보상금으로는 월세도 안 나오는데 왜 우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느냐”며 “상인들은 자발적으로 방역 수칙을 지키려 노력하는데 과태료를 물리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장 모(35) 씨도 “정부가 ‘위드 코로나’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다 끝난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더니 한 달 만에 실패했다”며 “그 책임과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의 몫이 됐기에 앞으로 정부 방역 대책을 보이콧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칵테일바를 운영하는 윤 모(34) 씨도 “정부 말만 믿고 연말 대목을 기대했는데 다 허상으로 돌아갔다”며 “오후 9시가 넘어야 손님들이 오기 시작하는데 영업시간 제한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2년간 정부의 방역 지침이 오락가락하면서 사실상 매출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이후 연말연시 모임과 여행 수요 증가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반짝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7주 만에 중단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주 자대위가 광화문 집회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KTX를 예약하겠다” “주차장이 따로 있느냐” 등 전국 각지에서 집회에 동참하겠다는 글이 잇따르기도 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다수 가맹점주에게 지원된 보상 금액은 하루 매출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수준에 그치고 있고 이마저도 가맹본부의 경우 각종 보상·지원 정책에서 밀려 지원만 강요당하고 있다”며 “손실보상을 현실화하고 경영 위기에 놓인 수천여 중소 가맹본부들에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주최 측은 300인 미만 집회만 허용한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참가자를 299명으로 신고했으나 예상보다 많은 참가자가 몰렸다.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펜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참가자와 경찰 간 실랑이가 일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지 인근에 펜스를 설치하고 12개 중대(600여 명)의 경력을 배치해 인원을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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