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통신영장을 통해 기자·정치인 등에 대한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둘러싼 ‘사찰 논란’이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상 필요한 적법 절차라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저인망식’ 수사라는 비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고발사주 등 각종 수사와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통신사는 물론 카카오 압수수색 허가까지 포함한 통신영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의 경우 통상 수사기관이 특정 시기를 지정해 영장을 제시하면, 대상자가 속해 있는 대화방 참여자의 전화번호, 로그기록 등을 제공한다. 다만 대화 내용은 서버에 2~3일만 저장됐다가 삭제돼 별도 제공하지는 않는다. 공수처가 카카오에서 받은 전화번호가 누구 것인지 확인하고자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별도 영장이 필요 없는 통신자료 조회를 한 셈이다.
문제는 영장 대상자가 참여한 ‘단톡방(단체 카톡방)’에 대해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졌다면, 수사와 무관한 이들이 대거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정치인과 기자는 물론 이들 지인 등까지 통신자료 조회 대상에 오르게 된다. 사건과 전혀 관련성이 없는 이들까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통신자료가 조회되는 것이다. 통신자료 조회는 연이은 논란에도 관습처럼 이어지고 있는 수사 방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인권을 강조한 공수처가 과거 수사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찰이다’나 ‘과잉 수사이자 검열이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가 앞서 “사건 관계인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며 유감의 뜻과 함께 철저한 점검을 약속했으나 논란이 줄지 않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내부 시스템을 통해 통신자료 조회를 최소화하려는 이유도 과거부터 이어져온 논란 때문”이라며 “공수처는 물론 법원에서도 이같은 악순환이 거듭되지 않도록 통신자료 조회나 영장 발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이제라도 개선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4년 세월호 집회 관련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가 속해 있는 단톡방의 대화 상대 2,300여명의 전화번호가 수집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당시 외국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이용자가 대거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열풍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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