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K아트’가 한류의 한 축으로 도약하는, 한국미술 세계화의 원년이 될 듯하다. 백남준·권진규 등 일찍이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자부심을 드러낸 거장을 다시 보는가 하면, 히토 슈타이얼·장 미셸 오토니엘 등 세계적 작가들이 국내 공립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한국 근대미술의 미국 전시와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의 서울 개최를 계기로 세계 미술계가 어느 때보다 한국을 주목할 해이기도 하다.
백남준(1932~2006) 탄생 90주년인 올해는 연중 그의 이름을 들을 수 있을 듯하다. 6일 공식 개관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은 제1호 소장품으로 구입한 백남준의 1993년작 ‘거북’을 비롯한 미디어아트로 개관전을 꾸렸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영상 작업을 언제 어디서든 관람·연구할 수 있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스템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를 구축해 곧 공개하는 한편, 백남준 탄생 90년 전시와 프로그램을 내내 선보인다. 10월에는 대전시립미술관이 공들여 만든 ‘개방형 수장고’를 개관, 대표 소장품이자 1993년 대전엑스포에 전시됐던 ‘프랙탈 거북선’을 복원해 전용전시관에서 선보인다. 11월 즈음엔 지난 2018년 2월부터 모니터 노후화로 꺼졌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영구소장품 ‘다다익선’이 오랜 복원작업 끝에 재가동될 예정이다. 미술관은 이에 맞춰 백남준과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영향관계를 조망한 전시 ‘백남준 효과’를 기획 중이다.
권진규(1922~1973)는 일본의 예술 명문 무사시노대학이 역대 졸업생 중 최고 작가를 꼽는 설문에서 1위를 차지한 ‘일본 내 K아트’의 원조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오는 3월 한국 근대 조각의 선구자 권진규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미술관이 지난해 7월 작가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작품들로 이뤄낸 전시다. 이어 7월에는 광주시립미술관도 권진규 탄생 100주년 전시를 개막한다.
이 외에도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 임직순의 탄생 100주년 전시(광주시립미술관·7월), 조각가 문신 탄생 100주년 전시(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7월), 김환기와 더불어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유영국 전시(국제갤러리·6월)가 열린다.
해외 거장으로는 세계 미술계 ‘파워100’ 1위(2017년)로 뽑힐 정도로 영향력이 큰 독일의 여성작가 히토 슈타이얼의 국내 첫 전시가 4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다. 광주비엔날레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적 있지만 개인전은 처음이다.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신작도 만날 수 있다. 찬란하고 장엄한 유리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장 미셸 오토니엘(서울시립미술관·6월)의 개인전도 2011년 삼성미술관 플라토 이후 모처럼 열린다. 1986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 작가인 프랑스의 국민예술가 다니엘 뷔렌의 국내 개인전은 7월 대구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인공지능(AI)과 게임엔진, 인터랙티브 기술 등을 활용하는 미국작가 이안 쳉의 아시아 첫 개인전(리움미술관·3월)도 기대를 모은다.
한국 근대미술에 대한 관심은 올해도 뜨거울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역대 최대 규모의 국외 근대미술 특별전이 오는 9월 미국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열린다. 지난해 미술계 최대 이슈였던 ‘이건희 컬렉션’ 전시는 광주시립미술관 등 지방 공립미술관 순회전으로 열기를 이어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4월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을 맞아 지난해 전시에서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명품들을 공개한다.
9월에는 글로벌 아트마켓의 관심이 서울로 쏠릴 전망이다. ‘아트바젤’과 더불어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가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서울)과 동시에 공동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그간 홍콩이 차지했던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라는 위상을 한국이 차지할 수 있을 지 판단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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