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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 명품이 9만원'…송지아 짝퉁논란에도 '천막시장' 불야성[르포]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짝퉁 시장'

평일 밤 영하 날씨에도 많은 사람 찾아

"많이 줄었지만 발본색원은 쉽지 않아"

특허청 위조상품 신고도 증가 추세

"지재권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돼야"

지난 20일 밤 9시 30분께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3번 출구 일대에서 모조품 판매 시장이 영업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모조품 판매 시장에 설치된 매대에 가품 명품 가방(왼쪽)과 머플러가 20일 오후 진열돼있다. /김태영 기자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모조품 판매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지난 20일 매대에 놓인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지난 20일 밤 9시 30분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3번 출구 일대. 노란 천막 80여개가 마치 시장처럼 옹기종기 붙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니 각종 명품 브랜드를 모방한 의류, 가방, 시계, 액세서리, 신발, 향수 등 다양한 가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 브랜드 ‘메종 키츠네’의 머플러는 3만원에, 정가 150만원을 훌쩍 넘는 프라다 나일론 버킷백은 9만원에 판매됐다.

기온이 영하 4도에 이르는 평일 밤이었지만 가품 명품을 파는 노점들은 적지 않은 손님들로 활기를 띄었다. 손님들은 “얼마 전에 아는 언니가 이 머플러를 하고 나왔는데 예쁘더라” 등의 담소를 나누며 상품들을 구경했다. 한 손님이 휴대폰을 꺼내 루이비통의 열쇠고리 사진을 보여주자 노점 상인은 매대 뒤에 놓인 가방에서 똑같은 모양의 상품을 바로 꺼내 보여줬다.



매일 밤 9시부터 익일 새벽까지 동대문 인근에서는 경찰과 구청의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종류의 가품을 판매하는 ‘짝퉁시장’이 열린다. 최근 인기 유튜버 프리지아가 넷플릭스 방송 ‘솔로지옥’ 등에 가품을 착용하고 나와 논란이 됐음에도 가품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가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은 엄연한 상표법 위반 범죄인 만큼 소비자들도 위법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동대문 인근에서 가품을 판매하는 판매상의 숫자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약 300~350명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200~250명의 상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 동대문 일대에 있는 의류상가에서 단골손님을 대상으로 암암리에 가품을 파는 사례가 늘자 중구청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할 경찰서, 특허청도 동대문 일대를 상대로 가품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노점상들도 지난 20일 이를 염두에 둔 듯 긴장한 채 영업을 이어가는 모양새였다. 기자가 매대에 놓인 상품들을 휴대폰으로 촬영하자 한 상인은 “단속 때문에 항상 예민하다”며 “사진이 어디에 쓰일지 모르니 사진을 지워달라”고 말했다. 천막 바깥에서는 단속에 대비하기 위해 망을 보는 듯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관계기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인원들은 단속이 실시될 때 소리를 지르며 그 사실을 알려 다른 노점들이 피하도록 돕는다. 구청 관계자는 “골고루 단속을 하기 위해 시간대와 단속 위치를 계속 변경하고 있지만 모든 암시장이 그렇듯 발본색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품 판매가 끝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특허청에 접수된 위조상품 신고건수는 지난 2017년 4,133건, 2018년 5,557건, 2019년 6,864건, 2020년 1만 6,935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7,377건을 기록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관세청의 상표 사범 적발 건수는 2019년 245건에서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148건, 2021년 75건으로 줄었지만 적발 금액은 각각 2,510억원, 2,063억원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해 관세청 단속 결과를 브랜드별로 보면 루이비통(109건), 구찌(66건), 프라다(50건), 레고(49건), 크리스챤 디올(36건) 순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가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가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만 처벌하게 돼 있어 소비자들이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지만 브랜드들이 작정하고 문제를 삼으면 국가적 망신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며 “소비자부터 가품 이용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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