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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 찾아라"…해외갤러리, 서울로 러시

9월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앞두고

대형 갤러리들 韓작가 확보 공들여

리만머핀은 年1회 발굴작가 기획전

과거 "판매 목적 진출" 비판 의식

K아트의 저변 확대·세계화도 한몫

길에 버려진 물건을 수집해 재조합한 임충섭의 작품. 허름한 재료를 사용했지만 특유의 서정성이 돋보인다. /조상인기자




쓸모없는 일상 속 물건을 재료로 삼은 리차드 터틀의 작품. 감각적인 색상 속에 풍자가 돋보인다. /조상인기자


#1941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리차드 터틀과 같은 해 충북 진천에서 태어난 임충섭.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두 미술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예술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그리하여 버려진 물건(오브제)에 가치를 부여해 새로운 맥락과 생명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터틀과 임충섭의 지난 30년 작품들을 엄선한 2인전을 다음 달 12일까지 연다.

#알렉스 카츠·우고 론디노네 등의 전속화랑으로 유명한 글래드스톤갤러리가 오는 3월 24일 강남구 청담동에 서울 분점을 연다. 필립 파레노의 첫 한국 전시로 마련되는 개관전에 이어 5월에 열리는 두 번째 전시는 한국계 미술가 아니카 이의 첫 국내 개인전이다. 글래드스톤은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터바인홀에서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열린 아니카 이의 개인전도 전폭 지원했다. 아니카 이는 한국에 전속화랑이 없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개막한 아니카 이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현대자동차 ⓒ Tate (Will Burrard-Lucas)


리움미술관이 지난해 10월 상설전시 개편과 함께 선보인 아니카이의 설치작품 '완두수염진딧물' '점박이도롱뇽' '푸른 민달팽이' /사진제공=삼성미술관 리움


오는 9월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의 서울 개최를 앞두고 글로벌 아트마켓이 한국을 주목하는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외국 갤러리들이 한국 작가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6~2017년 서울에 앞다퉈 개관한 대형 외국 갤러리들이 ‘판매’ 위주로 활동해 비판받은 것을 의식해 이번 ‘2차 러시’에서는 한국 미술계에 기여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파리·뉴욕·홍콩에 지점을 둔 페로탱갤러리는 지난 2016년 서울점을 열기 이전부터 박서보·정창섭 등 한국 ‘단색화’ 전시를 열며 시장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국 진출 이후에는 새 전속작가로 이배와 미국에서 활동해 온 박가희를 영입했다. 본점인 파리 페로탱은 올해 첫 전시로 작가 이배의 대규모 개인전을 3월 12일까지 연다. 엘리스 렁 페로탱갤러리 아시아총괄디렉터는 “박서보, 정창섭 작가의 해외 진출과 그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힘써왔고 그 후 김종학, 이배, 박가희 등 여러 작가들을 해외시장에 소개하며 꾸준히 발판을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한국미술의 역량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페로탱갤러리에서 오는 3월12일까지 열리는 이배 개인전 전경. /사진촬영=Claire Dorn. ⓒ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프랑스 파리 페로탱갤러리에서 오는 3월12일까지 열리는 이배 개인전 전경. /사진촬영=Claire Dorn. ⓒ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이우환을 유일한 한국인 전속작가로 둔 페이스갤러리는 올해 초 행위예술가 이건용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단색화’에 이어 ‘한국의 아방가르드’가 국제 무대에서 재조명될 것을 내다본 결정이다. 이영주 페이스갤러리 서울 디렉터는 “임충섭 작가처럼 전속작가가 아니더라도 세계미술의 흐름 속에서 한국미술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와의 협력 전시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에 거점을 둔 리만머핀 갤러리는 일찍이 서도호·이불을 전속작가로 두고 세계에 알려왔지만, 앞으로 새로운 작가 발굴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손엠마 리만머핀 서울 디렉터는 “본래 ‘친한(韓)’ 성향의 갤러리지만, 용산구 이태원으로 확장 이전하면 기존의 전속작가와 새로이 발굴한 한국작가를 조합한 그룹전을 최소 연 1회 이상 개최해 세계미술의 틀 안에서 한국미술의 입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래드스톤 서울의 박희진 디렉터도 “아니카 이 외에도 한국작가의 추가 영입을 위한 작가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한국 진출의 목적이 ‘판매’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거래가 활발한 작가보다는 시장에 제대로 소개된 적 없는 작가를 발굴하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요 해외갤러리의 '2차 러시’는 미술시장 호황,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서 서울의 급부상과 맞물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유럽 명문 타데우스로팍과 쾨닉갤러리가, 올해는 글래드스톤과 독일 페레스프로젝트가 개관한다. 판화 전문의 투팜스갤러리도 쇼룸을 열 예정이며, 정식 전시장은 없으나 화이트큐브·레비고비·에스더쉬퍼 갤러리 등도 한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비드즈워너갤러리도 디렉터급 관계자가 정기적으로 서울을 방문해 시장을 살피고 있다.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평론가 A씨는 “외국갤러리, 외국작가에 더 열광하는 한국 컬렉터들의 ‘사대주의’ 경향이 한국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들을 ‘수입 명품샵’처럼 달아오르게 한 측면이 있다”면서 “외국 갤러리가 한국작가를 새롭게 전속 체결한다는 게 알려지면 해당 작가의 작품이 순식간에 팔리게 될 것”이라고 투기적 접근을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 미술시장의 글로벌화, 저변 확대에 힘입어 외국계 갤러리가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는 점은 고무적이다. 주연화 홍익대 미술경영대학원 교수는 “블루칩에서 시작한 외국갤러리의 한국작가 발굴이 세대 확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해외 마켓이 한국의 구매력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한국작가의 시장성을 해외로 확장시키는 의미있는 발전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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