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일주일 동안 두통과 열에 시달렸습니다. 솔직히 유치원생인 딸아이에게 맞으라고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5세 딸아이를 키우는 신 모(36) 씨가 정부의 5~11세 코로나19 백신 접종 방침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어린아이의 경우 코로나19에 걸려도 중증이나 사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데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접종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특히 여성에게 생리불순 같은 부작용이 많다고 해 더 꺼려진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한국화이자제약이 허가 신청한 5∼11세용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를 허가했다. 미국·핀란드·폴란드·스페인 등 4개국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예방 효능이 90.7%로 높았고 사망이나 심근염 발생 등 중증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5~11세용 화이자 백신은 미국·유럽연합(EU)·영국 등 62개국에서 허가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아 접종에 사용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오는 3월 중 구체적인 접종 계획 수립과 전문가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방역 당국은 현재 소아 백신 접종의 타당성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통해 소아용 백신의 접종 효과와 비용 편익, 부모의 인식을 살펴보고 있다. 권근용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그동안 소아·청소년과, 감염내과 전문의 등에게 접종 필요성과 전문가 의견을 구했다”며 “전문가 자문회의와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통해 국외 접종 현황과 효과성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영유아 대상 백신 접종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정부가 허가 결정을 내린 것은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속에서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중 0∼9세(15.45%)와 10∼19세(12.82%)가 차지하는 비중은 28.27%에 달한다. 전체 확진자 중 5~11세 확진자 비중만 놓고 보면 비중은 지난 1월 4주 차 11.2%, 2월 1주 차 11.0%, 2월 2주 차 9.9%, 2월 3주 차 12.6%다. 60~80세 확진자 비율이 12.88%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정작 자녀들의 접종을 결정하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5~11세 백신 접종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3차 접종까지 했음에도 오미크론에 감염되는 사례가 속출해 효능에 대한 의심이 크다. 게다가 앞서 시행했던 청소년 백신 접종에서 부작용 사망 사례가 보고돼 어린 자녀의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 특히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은 점도 백신 접종 필요를 못 느끼는 이유다. 방대본에 따르면 19세 이하 연령층의 오미크론 중증화율은 0.005%, 치명률은 0.01% 수준이다. 모든 변이를 다 합쳐도 여태까지 코로나19로 사망한 10세 이하 영유아는 총 4명으로 치명률은 0%에 수렴한다. 안양시에서 7세와 10세 남매를 기르는 손 모(41) 씨는 “백신 안전성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심하게 앓지 않는데 굳이 접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백신 부작용의 위험성을 감수하기보다 독감 수준의 증상을 택하겠다는 게 주변 부모들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기저 질환이 있는 어린이들은 중증 악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아 부작용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고 돌파감염도 높아 접종의 이득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맞선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의 유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고위험군 아이들을 보호하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이들의 경우 장기 부작용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중증 예방 효과가 필요 없는 소아에게 백신 접종이 필요한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는데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고 백신을 맞힐 이익이 전혀 없다”면서 “감염 예방을 기대한다고 하는데 접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돌파감염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