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 사이 접경지대인 선양은 러시아와도 가까워 남·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까지 동북아 각국 정보기관의 물밑 다툼이 활발한 곳으로 꼽힌다. 아주 위험천만한 곳이다. 국가정보원에 좌천성으로 파견된 검사 한지훈(박해수)은 이곳에 있는 비밀 공작원들인 이른바 ‘블랙팀’에 대한 특별감찰 지시를 받고 현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는 재벌총수를 수사해 기소를 앞둔 상황에서 팀원의 불법적 수사로 좌천됐고, 특별감찰에서 성과를 내 검찰로 복귀할 발판을 마련하고 싶을 따름이다.
하지만 선양의 현실과 그를 기다리는 블랙팀의 수장 지강인(설경구)이 만만하지 않다. ‘야차’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지강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는 공작원이며, 실정법을 위반하는 위험한 작전도 서슴지 않는다. 그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게 정의”다. 그런 지강인에게 감찰을 이유로 계속해서 작전 현장을 따라다니는 한지훈이 맘에 들 리가 없다. 그와 함께 팀을 구성하는 홍과장(양동근), 희원(이엘), 재규(송재림), 정대(박진영) 등도 사사건건 간섭하는 지훈을 적대시한다.
오는 8일 공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야차’는 이들이 선양에서 북한, 일본 등이 연계된 공작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첩보액션물이다. 교도소 배경 액션물 ‘프리즌’을 만든 나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근래 한국영화에서 가장 많은 총기 36정과 총알 약 7700발을 동원했다. 극중 등장한 총은 모두 실제 총기로, 현장에 총기 교관이 상주해 도왔다. 이를 통해 초반 북한 공작원과의 총격전 장면과 중반 중국 공안과 충돌 등에서 연출한 리얼한 총기 액션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설경구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야차’에서는 목숨을 건 진짜 액션이어서 좀 처절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다만 총격전에 비해 다른 액션 장면의 표현 수위가 리얼하지는 않다.
하지만 더 부각되는 부분은 지강인과 한지훈의 티격태격하는 충돌에서 나오는 버디무비로서의 면모다. 블랙팀은 사사건건 간섭하는 한지훈에게 누명까지 씌워 한국으로 돌려보내려 하지만, 지훈이 그때마다 끈질기게 야차 일당을 따라붙는다. 강인도 지훈의 유창한 중국어와 일본어 실력, 빠른 상황판단 등을 보면서 조금씩 그를 인정하게 된다. 둘의 호흡은 극에 상당한 활력을 선사하지만, ‘불한당’ 등에 이어 불도저 같은 성격이면서 속 깊은 캐릭터를 또다시 연기하는 설경구의 연기가 새롭지는 않다는 부분은 있다. 주인공을 조명하는데 힘을 쏟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이 그저 첩보액션 장르에 맞게 기능적으로만 소모되는 점도 아쉽다. 러닝타임 125분. 15세 관람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