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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머니] "단 10점뿐"…쿠사마 '비너스' 낙찰가 12년새 8배 뛰었다

희소성 높아 경매 때마다 가격 상승

쿠사마 야요이가 1998년 뉴욕 로버트밀러갤러리에서 딱 10점만 제작해 선보인 ‘무한그물에 의해 지워진 비너스 조각(Statue of Venus Obliterated by Infinity Nets)’ 연작 중 에디션 4번(왼쪽부터), 5번, 6번, 7번, 9번 작품. 희소성 때문에 경매에 등장할 때마다 가격이 급등해 4번에디션이 지난 2월 경매에서 44억원에 낙찰됐다. /사진출처=서울옥션,크리스티,소더비 경매사




그림값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예술성과 완성도에다 작가의 입지 등이 복잡미묘하게 작용해 가격을 만든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희소성’이다. 미술품이 공산품과 다른 결정적 차이는 ‘오직 하나 뿐’이라는 것, 더 있다 하더라도 몇 점 되지 않는 ‘소수’라는 점 때문에 생겨나는 희소가치의 특수성이다.

희소성은 작품값을 오르게 한다. 지난 2월 22일 서울옥션(063170) 경매에 출품돼 44억원에 낙찰된 일본 태생의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93)의 1998년작 ‘무한그물에 의해 지워진 비너스 조각(Statue of Venus Obliterated by Infinity Nets)’의 가격변동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난 2010년 4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약 5억 5000만원(36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낙찰가는 12년 만에 8배, 대략 40억원 상승했다. 이유가 뭘까?



지난 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44억원에 낙찰된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그물에 의해 지워진 비너스 조각(Statue of Venus Obliterated by Infinity Nets)’ 중 에디션 4번. /사진제공=서울옥션


세상에 딱 10점 뿐인 대표작


강박증으로 인한 환각과 착시를 미술로 승화한 쿠사마는 일명 ‘땡땡이’라 불리는 반복적 물방울 무늬, 한없이 퍼져 나가는 그물 문양, 거울에 의해 무한 증식되는 환영 등의 작업으로 유명하다. 이 ‘무한그물 …비너스 조각’은 지난 1998년 뉴욕 로버트밀러 갤러리(Robert Miller Gallery)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뉴욕의 아트 딜러인 로버트 밀러(1939~2011)는 루이스 부르주아·조안 미첼 등의 거장을 일찍이 발굴했는데, 작가들에게 긍정적 자극을 불어넣어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게 만드는 능력자로 정평 나 있었다. 쿠사마도 그랬다. 1998년 로버트밀러 갤러리의 개인전에서 그는 자신의 대표작인 ‘그물’(Nets) 회화를 배경으로 두고 그 앞에 ‘밀로의 비너스’를 설치했다. 그림과 조각이 같은 문양이라, 그림 앞에 세운 조각이 보이지 않는 착시를 일으켰다. 즉, 강렬한 색채의 그물망이 캔버스를 넘어 비너스의 표면까지 뒤덮으며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게다가 쿠사마의 그물이 없애버린 ‘비너스’는 ‘미(美)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쿠사마는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물방울 무늬를 다른 사람도 경험하기를 바랐고, 이를 확장해 추구한 ‘무한성(Infinity)’은 경계를 초월한 영원성의 추구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쿠사마의 여러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대표작으로 꼽힐 만하다. 쿠사마는 이들 작품을 원형으로 배치했고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움의 모범인 비너스의 몸이 그물 사이로 사라졌다(The body of Venus, the paragon of physical beauty, disappeared among the net).”



44억원에 낙찰된 ‘…비너스 조각’은 10개 에디션 중 4번 작품이며 붉은색 바탕에 검은 선으로 그물 문양이 그려져 있다. 일본 나가노 소재 코마가네 코겐미술관이 작가로부터 구입해 소장품으로 갖고 있던 것이 2010년 경매에 나왔다. 당시 추정가는 300만~350만 홍콩달러(4억5000만~5억2000만원)이었는데, 5억 5000만원에 팔렸으니 적당한 거래였다. 그랬던 작품이 2년 6개월 만인 2012년 10월 소더비 경매에 다시 나왔다. 과거 거래가 반영돼 추정가는 350만~450만 홍콩달러(5억2000만~6억7000만원)였고, 422만 홍콩달러(약 6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딱 8년 후인 2020년 10월 소더비 홍콩경매에 그 작품이 다시 나왔다. 추정가 400만~600만 홍콩달러(6억2000만~9억3000만원)였다. 엄청난 경합이 벌어졌다. 그간 작가의 입지가 더욱 높아진 데다, 쉽사리 시장에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1469만5000홍콩달러(약 23억원)에 새 주인이 ‘…비너스 조각’ 4번 에디션을 차지했다. 쿠사마는 지금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하나다. 서울옥션은 겨우 1년 반 만에 경매 리세일(Resale)에 올린 이 작품의 추정가를 40억원으로 책정했고, 가뿐히 44억원에 판매를 성사시켰다.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그물에 의해 지워진 비너스 조각’ 중 9번 에디션 작품은 2011년 경매에서 약 6억9000만원에 팔렸다. /사진제공=서울옥션


희소성 때문에 경매마다 가격 상승


다른 색깔의 에디션도 이따금 경매에 선보였다. 흰색 바탕을 빨간색 그물로 뒤덮은 에디션 1번이 2013년 11월 크리스티 홍콩에 출품돼 460만 홍콩달러(약 7억원)에 팔렸다. 2011년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검은 바탕에 핫핑크 그물 문양을 그린 9번 에디션 작품이 추정가 5억8000만~7억2500만원에 나왔다. 낙찰가는 약 6억 9000만원이었다. 2016년 2월 런던 크리스티에는 파란색의 6번 에디션이 약 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연두색의 7번 에디션도 경매에 나온 적 있다.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그물에 의해 지워진 비너스 조각’ 중 5번 에디션은 몇 차례 경매에 나와 몸값을 올린 후 지금은 뉴욕 로체스터대학 미술관인 메모리얼아트갤러리 소장품이 됐다. /사진출처=MAG Gallery


‘비너스 No.4’보다 더 먼저 경매에 오른 것은 녹색 바탕에 핫핑크 컬러로 그물문양을 그린 에디션 5번이었다. 2009년 12월 서울옥션에 추정가 4억~5억원에 출품됐다. 뉴욕발 금융위기로 시장이 위축된 데다, 그때만 해도 쿠사마에 대한 인지도나 이 ‘비너스’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후하지 않았던 까닭에 3억9000만원에 팔렸다. 1년 6개월이 지난 2011년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다시 등장했다. 추정가는 430만~480만 홍콩달러(당시 환율 약 5억9000만~6억6000만원)였고, 430만 홍콩달러(약 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비너스 No.5’는 2년 뒤,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또 나왔다. 추정가 45만~65만 달러(당시 환율 약 5억2000만~7억5000만원)를 웃도는 78만4000달러(약 9억원)에 작품을 품은 새 주인은 뉴욕 명문 로체스터대학의 미술관인 메모리얼아트갤러리(MAG)였다. 미술관은 대표 소장품의 하나로 이 ‘비너스’를 소개하고 있다. 이 ‘…비너스 조각’에 대한 미술관 수요가 있다는 점은 10점이 채 되지 않는 개인 소장품이 시장에 나올 경우 지속적으로 작품값이 오를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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