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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아트레터]코로나 이후 재개한 '휘트니 비엔날레'

제프 쿤스 등 배출한 휘트니비엔날레

63명작가 참여…젊은작가 위주 탈피

차학경 등 작고,중견작가도 주목해

플라스틱 재질로 주방 싱크대를 시각화한 에밀리 바커의 조각. 성인 남성 체격에 맞쳐진 대량 생산 물품들의 규격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작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




지난해 열렸어야 했으나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휘트니 비엔날레’가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한창이다. 1932년부터 시작된 휘트니 비엔날레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미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매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1973년부터는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로 바뀌었고 제프 쿤스, 제스퍼 존스, 조지아 오키프 같은 대가들을 배출했다.

이번 ‘휘트니 비엔날레 2022’는 ‘Quiet as it’s kept’라는 제목으로 기획됐다. 데이비드 브레슬린(David Breslin)과 아드리안 에드워즈(Adrienne Edwards)가 공동 큐레이터를 맡았다. 두 큐레이터는 2019년 말부터 준비한 이번 전시가 코로나의 여파로 연기되는 동안 미국 내에서 발생한 사회 정의, 인종 평등 등의 다양한 이슈에 주목했다. 전시 제목처럼 이번 비엔날레에는 묵묵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간접적으로 목소리를 내왔고 지금도 내고 있는 다양한 아티스트 63명이 참가했다.

휘트니비엔날레의 메인 전시장인 6층에서 만나게 되는 데니세 토마소스의 거대한 흑백 회화 작업.


기존 비엔날레가 역사적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조명했다면, 이번 휘트니 비엔날레에서는 과거 세대의 미술이 어떻게 현대 미술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참여작가 명단에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중견작가와 작고 작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 가고시안(Gagosian)갤러리의 릭 로웨 (Rick Lowe), 최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The Met)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연 찰스 레이 등이다.

전시는 크게 두 층에 걸쳐서 열리고 있다. 6층부터 시작된 전시장은 바닥과 벽 모두 검정으로 칠해져 있고, 빛이 거의 없는 암실과 같은 공간에서 시작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데니세 토마소스(Denyse Thomasos)의 거대한 흑백 페인팅이 관람객을 맞는다. 흰색과 검은색 선들이 교차해 만들어진 감옥을 시각화 한 공간은 과거 흑인 노예들이 갇히고 매장당했던 곳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관람객들이 마치 무중력 상태처럼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중립적 공간으로 느끼길 바라며 흰색과 검은색으로 공간을 시각화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층에 전시되어 있는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소속의 젊은 흑인 아티스트 사이 게빈(Cy Gavin)의 페인팅은 감정과 본능에 충실하다. 토마소스의 미니멀한 페인팅과 달리 게빈의 페인팅은 화려한 오렌지색이 두드러진다.

휘트니비엔날레가 한창인 휘트니미술관 5층 전시 전경.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6층이 주로 회화인 것과 달리 5층에서는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설치, 조각, 페인팅, 미디어, 키네틱 아트 등 거의 모든 장르의 작업들이 적절한 간격과 각기 다른 높이에 설치돼 있다. 야외 테라스 전시장에 설치된 찰스 레이의 청동 인체 조각 작품을 비롯해 실내에는 베로니카 라이언(Veronica Ryan)의 유기적인 조각 설치를 확인할 수 있다. 주방 싱크대를 재현한 조각을 제작한 에밀리 바커(Emily Barker)의 설치 작업이 눈길을 끈다. 대량 생산물인 주방 싱크대가 성인 남성의 신체 기준에 맞혀진 점에 의문을 던진다. 반투명 페트병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작품은 은은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1993년 이후로 근 30년만에 휘트니 뮤지엄에서 대중들에게 다시 보여진 차학경 작가의 아카이빙 작업이다. 70년대 이민자와 여성으로서 제한적인 삶을 녹여낸 그녀의 작업이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5층에서는 젊은 나이에 뉴욕에서 작고한 부산 태생의 한국계 작가 차학경(Theresa Hak Kyung Cha)의 작품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작업 대부분은 영상과 퍼포먼스를 기록한 아카이빙 형식을 띄고 있으며, 다수의 평면 작업에는 시각적으로 불명확한 이미지와 텍스트가 혼재돼 있다. 1970년대에 미국 서부와 동부를 모두 경험한 차학경은 당시 아시아계 이민자이자 여성으로서 제한적인 삶을 기록해 작업으로 보여줬다. 이번 휘트니미술관에서는 1993년 이후로 약 30년 만에 대중들에게 소개됐다.

무게감 있는 작가들 외에도 미국 아트 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작년 트라이베카에서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가 젊은 미술 담론을 생성하기 위해 시작한 52 Walker 갤러리 개관전의 주인공이었던 캔디스 윌리엄스(Kandis Williams)를 포함해, 작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야외정원에 설치된 조각 작품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알렉스 다 코르트(Alex Da Corte)의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휘트니 비엔날레는 올해 9월 5일까지 대중에게 공개된다. /글·사진(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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