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수신액 절반가량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암호화폐 열풍에 따라 케이뱅크의 외형적 성장을 이끌어 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은 숙제로 지목된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예수금(수신 잔액)은 11조3175억 원으로 이 중 법인 예수금이 6조6492억 원이다. 비중으로는 58.75%를 차지하는 규모다. 개인 예수금은 4조6682억 원(41.25%)이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법인 예수금이 0.19%, 토스뱅크가 0.006%를 기록한 데 비하면 케이뱅크의 법인예수금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고객이 케이뱅크를 통해 업비트에 입금해 보유하고 있는 금액이 법인 예수금 항목으로 분류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다. 업비트에서 원화로 암호화폐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반드시 실명 확인된 케이뱅크 계좌를 연동해야만 한다. 이때 고객이 케이뱅크 계좌를 통해 업비트에 입금한 원화와 고객이 거래해 보유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의 규모가 모두 법인 예수금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2020년 6월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암호화폐 열풍이 불면서 케이뱅크는 지난 한해에만 수신 잔액이 세배 이상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예수금은 7조5722억 원 늘었는데 이 중 법인 예수금 증가액 5조5619억 원에 달한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암호화폐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신 잔액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관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권의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도 앞두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예수금 조달 방안 등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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